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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 양학선(22·한체대)의 눈물은 처음 보았다.
이날 분위기는 좋았다. 맨 처음 등장한 섹와이훙(홍콩)의 15.216점, 고득점을 기록했지만 양학선의 적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번째로 등장한 '북한 도마의 신' 리세광의 실수는 호재였다. 1차시기에서 난도 6.4 드래귤레스쿠파이크(손 짚고 앞돌아 몸 접어 앞 공중 두 바퀴 돌며 반바퀴 비틀기)에서 머리로 떨어지며 14.166점을 받았다. 2차시기에선 자신의 이름을 딴 리세광(난도 6.4·손 짚고 옆 돌아 몸 굽혀 뒤 공중 두 바퀴 돌며 1바퀴 비틀기)을 성공시키며 15.433점을 받았지만, 평균 14.799점이었다. '남북 도마의 신' 대결이 싱거워졌다. 양학선과 코칭스태프의 표정이 밝아졌다.
경쟁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양학선 기술의 장점은 확장성이다. '여2(난도 6.0 손 짚고 앞돌아 몸 펴 앞 공중 돌며 2바퀴반 비틀기)'에서 반바퀴 더 비튼 것이 '양학선(난도 6.4)' 기술이다. 로페즈(난도 6.0,손 짚고 옆 돌아 몸 펴 뒤 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에서 반바퀴 더 비튼 것이 양학선2(가칭, 난도 6.4)다. 컨디션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햄스트링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고려해 '여2'와 '로페즈'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직전 허벅지에 진통제를 투여하고 포디움에 섰다. 믹스트존에서 첫 마디는 "많이 아픕니다"였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다리를 테이핑으로 감싼 채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이겨내리라고 생각했고, 끝까지 스스로를 믿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도전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혹사당한 몸은 '적신호'를 보내왔다. "2등이 이렇게 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눈물을 쏟았다. "하겠다고 다짐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의지를 믿었다. 난도 6.4 신기술을 쓰기로 한 것 역시 나의 결정이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