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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명량' 최민식, 명배우를 망설이게 했던 세가지 딜레마?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7-27 16:07 | 최종수정 2014-07-28 05:54


최민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최민식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차에 기자도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알게 됐다. '어부인'이었다. 최민식은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지금 인터뷰 중이라서 전화받기 힘들어. 급한 일이야? 아니면 내가 끝나고 전화할께." 스크린에서 보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가 아닌 꽤 다소곳한(?) 목소리였다.

배우로서 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쳐보이는 최민식도 집에서는 아내에게 쩔쩔매는(?) 남편이었다.

하지만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오자 배우 최민식으로 돌아와 있었다. 왜 이순신 장군 연기가 힘들었는지 설명하는데만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최민식이 말하는 '명량'이 힘들었던 점은 이렇다. 하나 "가볍고 경쾌한 스타일에 물든 관객들이 이렇게 묵직한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캐릭터." 셋 "무려 이순신이다."

"이런 묵직한 작품 젊은 층이 볼까"

"상업적으로 성공을 바라지 않는 배우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관객층은 젊잖아요. 굉장히 감각적이고 빠르니까 이런 작품은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는 작품이기도 했죠. 젊은 친구들에게는 잊고 살았던 우리 역사를 살리는 작품이 될 것이고 중년층에는 예전에 배웠던 명량대첩이라는 것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 될테니까요. 기술은 많이 발전했으니까 잘 만든 상업영화가 되면 성공이겠다 했죠." 첫번째 딜레마에 대한 최민식의 변이다.


최민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먹을 캐릭터"

두번째 딜레마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담담했다. "배우는 태생적으로 비교 당하는 직업이에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도 비교를 하는데요. 그런 것 기분 나빠하면 배우 못하죠. 다 관심이라고 생각해야죠. 물론 관객들은 '충무공 영화인데 잘못 만들기만 해봐라'라고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거에요. 그래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했던 거죠. 물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장수니까 용맹한 모습 보여주고 거북선 무너질 때 절망감에 소리 한 번 지르면 끝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대중들은 그정도의 이순신 장군을 원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힘들었다. "허구의 스토리에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면 편하죠. '취화선' 때는 허구는 아니었지만 장승업이라는 분이 내 삶과 비슷했어요. 예술하고 술 좋아하고 자유로운 영혼이었죠. 그런데 이순신 장군은 다르잖아요. 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결연한 눈빛만을 보여주진 않았을 거란 말이에요. 그 분인들 왜 두렵지 않았겠어요. 그 벌벌 떠는 병사들을 데리고 사지로 들어가는데. 그런 걸 표현해야하는데 연기 하고 나서도 '내가 한 게 맞는거야'가 잘 안되더라고요."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을 연기했던 김명민 이야기도 나왔다. "정말 훌륭하고 당시에는 절실했던 배우죠. (김)명민이가 잘해놨기 때문에 더 부담도 됐죠. 하지만 김명민의 이순신과 내가 하는 이순신은 달랐던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라도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명량'만 해도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걸 어떻게 만들어'라고 했어요."


최민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말이 필요없는 무려, 이순신"

세번째 딜레마. 범접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본 것이 전부였어요. 그러다 캐스팅이 되고 공부를 하면 할 수록 그 분이 완벽한 인격체라는 사실에 놀랐죠. 명량대첩만 봐도 죽음에 직면했던 사람인데 정말 열악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었잖아요. 보통 사람같으면 권율 장군이 육군에 합류하라고 했을 때 '될대로 돼라'면서 따르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이순신 장군은 수군을 지켰죠."

그리곤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김한민 감독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놈의 술이 문제예요. 이제부터 일 얘기는 커피마시면서 하려고요.(웃음) 순천만 식당에서 같이 소주를 마시면서 넘어가 버렸죠. 김 감독에게 이야기를 듣는데 짜릿했어요. 욕심도 생겼고요. 그런데 문제는 개고생이었죠. 그리고 촬영하면서 또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했죠."

'명량'은 개봉 전부터 속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명량'이 잘되면 '한산'이나 '노량'도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김 감독도 하고 싶어하죠. 그런데 저는 일단 다시 못하겠다고 했어요. 3부작을 하면 이순신 장군 이미지로 완전히 각인될 것 같아서요. 저는 아직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연기가 많은데 굳어지면 힘들잖아요. 어떤 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은 기쁨일 수 있지만 배우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일단은 '안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지 또 모르죠.(웃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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