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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야박하다는 건 비단 언론과 팬들 만의 생각이 아니다.
본인도 자신의 점수에 고개를 갸웃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점수가 발표되자 손을 흔들어 관중의 박수에 답한 다음 다시 자리에 앉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며 무언가 혼잣말을 내뱉는다.
중계화면을 자세히 돌려보면 입모양이 "아...진짜 짜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김연아의 연기는 한마디로 완벽했다.
하지만 기술점수는 사실상 감점을 당한 듯한 인상을 준다.
점프 3요소에서 가산점이 3.67에 그쳤고, 스텝시퀀스도 레벨4가 아닌 레벨3로 매겨졌다.
김연아에게 엄격했던 잣대는 이날 74.64점으로 2위에 오른 러시아 복병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겐 후하게 변했다.
기본점수가 30.43점(김연아는 31.43점)에 머물렀지만 가산점이 무려 8.66에 달했다. 예술점수에서 김연아가 크게 앞서지 못했다면 1위는 소트니코바의 것이었다.
당초 강력한 라이벌로 지목됐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도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는 등 부진했지만 65.23점이나 받았다.
이날 캐나다 CBC 방송 해설가은 "놀랍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올 줄 알았다" "스텝시퀀스가 레벨3에 그친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점수 의혹을 직접 거론했다.
이 해설가는 김연아의 표정을 읽고는 "연아도 내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밤잠을 설친 국내 팬들은 김연아가 1위에 올랐음에도 허탈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을 조금만 알아도 보이는 문제점들을 김연아 본인이 모를 리 없다.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점수차는 불과 0.28이다.
21일 0시에 시작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무결점 연기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