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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스포츠의 '우생순 신화', 과연 현실이 될까.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한국 여자컬링대표팀팀(신미성 김지선 이슬비 김은지 엄민지·이상 경기도청)이 11일 오후 2시(이하 한국시각) 첫 발을 뗀다.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에서 무조건 넘어야 할 숙적 일본과 격돌한다. 이날 자정에는 스위스와 2차전을 치른다. 17일 자정 열리는 캐나다전까지 7일간 9개팀과 풀리그를 치른다.
물론 현실은 여전히 가장 아래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10개국 가운데 국제컬링연맹(WCF) 세계랭킹(한국 10위)이 가장 낮다. 바로 위가 9위인 일본이다. 1, 2위는 스웨덴과 캐나다다. 일본과의 첫 경기가 승부처다. 일본을 꺾고 이어 만나는 스위스(4위), 스웨덴(1위) 중 한 팀만 더 물리친다면 4강으로 가는 문은 더 넓어진다. 풀리그에서 6승3패 정도를 거둔다면 4강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8일 격전지에서 이틀째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스코틀랜드, 캐나다 출신 아이스메이커가 다듬어 놓은 아이스큐브의 컬링장은 난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네 개의 시트(경기를 펼치는 얼음판)로 이뤄진 경기장은 시트마다 경사가 조금씩 다르다. 한 시트 안에서도 스톤의 회전이 잘 먹지 않고 진행하는 힘이 뚝 떨어지는 지점이 있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힘을 잘 받고 스톤이 쉽게 미끄러지기도 한다.
스톤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 한 경기에 사용하는 스톤은 그 특성이 일정한 경우가 많은데, 아이스큐브에 배치된 스톤들은 하나하나가 회전력이나 진행하는 힘 등이 다른 특성이 있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선수들은 네 곳의 시트를 돌아다니며 한 번 스톤을 놓을 때마다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는 꼼꼼히 수첩에 특성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시각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컬링은 워낙 예민한 종목이다 보니 경기가 치러지는 시간대에 따라 얼음판의 특징도 달라진다. 일본과의 첫 경기는 현지시각으로는 오전 9시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지 도착 이후 오전 훈련 시간을 배정받지 못했다. 눈으로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소치 입성 이튿날부터 아침 9시에 맞춰 경기장을 찾아 다른 나라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모든 것이 넘어야 할 산이다.
'새댁' 김지선(27)과 '엄마 1년 차'인 신미성(36)은 컬링을 위해 가정을 뒤로 했다. 컬링 유학 중 만난 중국 컬링 대표선수 쉬샤오밍과 지난해 5월 결혼한 김지선은 신혼여행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지난해 2월 첫딸을 얻은 신미성은 육아를 맡기기 위해 친정어머니가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으로 이사했다. 아이는 핸드폰 영상을 통해 보는게 전부다.
스킵(주장) 김지선은 "부분부분 특징이 다르다. 스톤도 각자 특성이 있어서 실제 경기에서 이를 어떤 순서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스코틀랜드에서 전지훈련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많이 설정해 두고 연습해 정신적으로 강력해졌다. 우리는 아직 하위팀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컬링은 두 팀이 빙판 위에 그려진 표적판(하우스)에 약 20㎏ 무게의 스톤을 누가 더 가깝게 붙이느냐를 겨루는 종목이다. 한국은 기선제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