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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26·대한항공)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모태범(25·대한항공)은 아무런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흘렀다.
기록은 오늘 다르고, 내일 또 다르다. 18위로 레이스를 마친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은 "4위도 잘한 것이다. 0.00 몇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다. 태범이는 4년 전에는 운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력으로 정상권에 있다"며 "오늘은 모태범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4위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늘만 잘못된 것"며 재차 강조했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84를 기록, 4위로 마쳤다. 1위는 34초59의 얀 스메켄스(네덜란드)였다. 불과 0.25초 차였다. 미셸 뮬더가 34초63으로 2위, 나가시마 케이치로가 34초79(일본)로 3위에 올랐다.
2차 레이스에서 모태범의 상대는 미셸 뮬더였다. 미셸 뮬더는 모태범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혀왔다. 하지만 34초85을 기록, 34초67의 미셸 뮬더에 밀렸다.
기대가 컸다. 그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선 은메달을 차지했다. 4년이 흐른 소치동계올림픽, 모태범은 "500m보다 1000m가 더 욕심난다"고 했다. 하지만 500m도 정상급이었다. 지난해 3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m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을 비롯해 올시즌 월드컵 1~4차 대회 8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527점의 포인트를 쌓아 당당히 500m 부문 선두다. 1000m 준비를 통해 향상된 지구력이 500m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고 있는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도 절정의 컨디션이라고 했다. 하지만 500m 디펜딩챔피언은 노메달에 아파했다. 모태범은 12일 시작되는 1000m에서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