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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김연아(22·고려대)는 활짝 웃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20개월만의 복귀전이었지만, 긴장보다는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해 4월 열린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와 비교해보자. 김연아는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지만,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눈에 보였다. 중압감에 의욕도 떨어진 모습이었다. 결국 그녀는 두번째로 높은 시상대에 오르고서도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김연아는 당시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줄줄 눈물이 났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에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번 NRW트로피 대회에서 보여준 김연아의 모습은 '행복한 스케이터'였다.
김연아는 복귀 선언 후 의미있는 행보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치른 아이스쇼에서는 시니어 무대 데뷔 시즌의 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를 재연했다. 어린 시절의 은사인 신혜숙 류종현 코치와 다시 손을 맞잡았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 김연아의 의도는 맞아떨어졌다. 사실 김연아는 기술적으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선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피겨에 대한 즐거움을 되찾은 그녀는 개인 통산 4번째 200점대를 달성하며 화려하게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완벽하게, 아니 더욱 성숙해져 돌아온 그녀가 우리를 더 얼마나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피겨여왕'은 그렇게 웃으며 돌아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