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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분석]박태환, 우승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07-24 21:47



사실 불안했다. 박태환 본인도 긴장을 많이했다. 예선에서 전체 7위로 턱걸이하다시피 결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산전수전 다겪은 박태환이었다. 운명의 무대에서 그는 영리했고 강했다. 또 우월했다.

'치고 나가기'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다. 이날 박태환의 결선 구간별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선 때보다 페이스를 초반부터 빨리 끌어 올렸다. 출발 반응속도는 0.67초를 기록, 오히려 예선 때(0.64초)가 더 좋았지만 이후 50m 구간 기록은 결선 때가 훨씬 빨랐다. 특히 150m를 돌 때까지 세계기록(1분16초30)에 0.19초 앞서며 대회 전 꿈꿔왔던 세계기록 경신을 기대케했다.

장기인 막판 스퍼트를 일찍 폭발시킨 것이 주효했다. 200m와 250m에선 각각 2위와 4위로 돌며 잠시 주춤했지만, 300m부터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몸의 모든 힘을 쏟아내는 스퍼트를 100m 남겨두고 시작했다.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년 전 로마세계선수권 당시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선 참고 또 참았다.


돌핀킥도 우승에 한 목했다. 돌핀킥이란 스타트 직후나 턴을 한 뒤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양발을 모으고 허리와 다리의 힘만으로 헤엄치는 기술이다. 돌핀킥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잠영 거리도 늘리면서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또 스트로크하는 횟수도 줄어 체력도 아낄 수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까지만해도 박태환에게 돌핀킥은 취약점이었다. 1~2회로 잠영거리가 5m에 그쳤다. 초보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잠영이 스트로크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클 볼 코치(호주)를 만나면서 돌핀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돌핀킥을 3~4회로 끌어올렸다. 잠영거리도 7.5m로 늘었다. 1월부터 시작한 호주 전지훈련에서는 돌핀킥을 집중 연마했다. 턴 동작에서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면서 돌핀킥을 5~6회, 잠영거리는 12m까지 늘렸다. 무대는 미국 산타클라라 그랑프리였다. 잠영거리 제한은 15m다.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것은 박태환의 강심장이었다. 박태환은 올해 만 22세다. 아직 국제대회 중압감을 극복하기엔 어린 나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중학생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무수한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했다. 결선에 느낄 부담감을 떨쳐낼 줄 아는 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무엇보다 중국 텃세도 이겨냈다. 중국의 '뜨는 별' 쑨양의 열정적인 응원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다행히 중국은 박태환에게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다. 박태환은 경기고 2학년 재학 시절이던 2006년 4월 상하이에서 열린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은메달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수확했다. 2009년 '로마 쇼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었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자유형 100·200·400m 우승)에 올랐다. 중국은 심리적으로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이 솟구치는 곳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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