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한국 배드민턴의 에이스 안세영(21·삼성생명)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한국이 여자단식 세계 최정상에 이름을 올린 것은 '레전드' 방수현(1996년) 이후 27년 만의 쾌거다. 국내 단식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2017년 9월 21일 남자단식 손완호(밀양시청)가 마지막이었다.
안세영의 이번 세계 정상 등극은 그동안 파죽지세로 무한 질주를 한 결과물이다. 그는 지난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슈퍼750 일본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허빙자오(중국)를 2대0(21-15, 21-11)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32강 1라운드부터 결승전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우승이었다. 안세영은 일본오픈 우승으로 코리아오픈(7월 23일)에 이어 2주 연속 정상, 올시즌 7개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번 일본오픈 우승은 라이벌 야마구치와의 세계랭킹 경쟁에서 결정타 역할을 했다. 일본오픈이 시작되기 전까지만해도 안세영은 랭킹포인트 10만2264점으로, 야마구치(10만4517점)에 큰 점수 차이로 뒤진 만년 2위였다.
하지만 일본오픈에서 야마구치는 홈 이점을 안고도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에 1대2로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그 사이 안세영은 툰중을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허빙자오를 보란 듯이 물리쳤다. 이후 랭킹포인트 산정에서 야마구치의 8강 조기 탈락은 치명타로 작용했다. BWF는 매주 랭킹을 업데이트할 때 최근 1년 동안 참여한 공인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포인트 중 가장 높은 10개 포인트를 합산한다. 여기서 1년 사이 같은 대회가 중복 포함될 경우 앞서 열린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를 제외하는 방식이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이 우승한 코리아오픈에서도 4강에 그치는 등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안세영은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보여왔다. 올 들어 열린 12개 국제대회(세계단체선수권, 아시아선수권 포함)에 출전해 11차례 결승에 올라 7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따냈다. 올해 각종 국제대회는 안세영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예상되는 천위페이(중국·세계 3위), 타이쯔잉(대만·세계 4위), 허빙자오를 지난 1주일 사이에 모두 연파하는 위력을 보였다.
그동안 "랭킹 1위를 욕심내지 않는다"며 겸손했던 안세영은 마음을 비우고 매 경기 전념한 덕에 1위까지 올라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호주오픈에 불참한 안세영은 일본오픈 직후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와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