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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총체적 부실 행정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주먹구구식 상임심판 채용 문제가 부정 채용 의혹으로 확산됐다. 채용 과정에서 협회 주요 관계자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공정 의혹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포츠조선이 입수한 '대한배드민턴협회 상임심판 부정 채용 의혹' 민원 제기 의견서에 따르면 심판위원장이 면접 심사를 앞두고 특정 지원자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위원장은 면접위원단의 당연직 면접관이자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심판위원회를 이끌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모 심판위원장은 면접시험 전날인 지난 4월 14일 밤 지원자 중 한 명인 A심판의 객실을 방문해 음주 등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충남 서산에서 협회 주최 한-일국가대항전이 열리고 있던 때라 대회 파견 심판들은 협회가 정해준 호텔 숙소에서 2인1실로 투숙 중이었다. 이 위원장과 만남을 가진 A심판은 15일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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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상임심판 업무를 담당하는 협회 직원 B씨는 채용 시행을 앞두고 사적인 자리에서 우씨를 포함한 특정 심판의 이름을 거명하며 "자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대학 후배인 A심판을 옹호하는 등 사전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24일 B씨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청했지만 협회는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B씨가 휴가중이다. B씨가 조만간 내부 보고를 거쳐 답변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이 과정에서 우씨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존 상임심판 중 유일하게 탈락했다. 아시아연맹 최고등급 국제심판인 우씨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심판으로 승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2022년 전 종목(21개) 상임심판 전체(127명) 평가에서 최상위 S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심판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상임심판 종목 대표를 맡았으며 2022년도 기존 5명의 상임심판 중 가장 많은 활동일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씨는 "내가 탈락했다고 분풀이 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공개채용에서 협회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나의 정체가 드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용기를 냈다"면서 "그동안 심판 처우개선 등 협회에 '싫은 소리'를 하는 편이었는데 아마 찍힌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민원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민원건에 대해 엄중하게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