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는 꿈[동계체전 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2-13 15:52 | 최종수정 2023-02-14 05:47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대한민국 장애인 동계 스포츠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웃었다. '평창패럴림픽 철녀' 이도연, '노르딕 신성' 김윤지, '평창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이 12일 크로스컨트리 7.5㎞ 경기 직후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동계체전 4관왕-MVP 김윤지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 "윤지는 너무 밝고, 너무 예쁘죠!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금세 일어나요." 2018년 평창패럴림픽 '노르딕 철녀', 2018년 자카르타장애인아시안게임 사이클 '2관왕 2연패' 이도연(51·전북)에게 '34세 어린 후배' 김윤지(17·가재울고·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대해 묻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열일곱,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죠! 잘해요. 승부근성도 있고… 열심히 하고… 당연히 기대되죠." 겨우내 국가대표 유럽전지훈련을 김윤지와 함께한 '평창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43·세종시체육회)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넘쳐흘렀다.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김윤지는 온가족의 뜨거운 사랑과 응원 속에 꿈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오빠, 동생 온가족이 김윤지의 레이스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손녀 김윤지의 금메달 레이스 후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 할아버지.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노르딕 신성' 김윤지는 14일 폐막한 제20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의현삼촌'과 나란히 4관왕에 올랐다. '레전드 철녀' 이도연과는 매경기 함께 달리고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새해 고2가 되는 김윤지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동, 하계체전 신인상을 휩쓸더니 생애 두 번째 동계체전에선 첫 4관왕과 함께 출입기자단의 몰표를 받으며 첫 MVP에 선정됐다. 2006년생 김윤지는 혜성처럼 등장한, 자타공인 한국 장애인체육의 미래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갖고 태어난 김윤지는 세 살 때 재활 수영으로 첫 물살을 갈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첫 대회에 나간 이후 수영선수로 맹활약했고, 지난해 첫 출전한 동계종목 노르딕스키서도 눈부신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전훈 직후 돌아온 체전 무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오빠, 남동생 등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일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10일 바이애슬론 4.5㎞(좌식)에서 18분01초60의 압도적 기록으로 첫 금메달을 따냈고, 11일 7.5㎞(좌식)경기에선 4번이나 넘어지고도 27분15초90. 유일한 20분대 기록으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일 크로스컨트리 3㎞ 클래식(좌식)에선 8분18초20, 지난 대회 자신의 기록(8분59초80)을 41초60 앞당기며 3관왕, 대회 마지막날인 14일 크로스컨트리 4.5㎞서도 13분1초90, 작년(14분13초80)보다 1분12초를 줄여내며 4관왕에 올랐다. 수영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력과 심폐지구력으로 극한 종목에서 눈부신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핀란드 부오카티에서 열린 파라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국제무대 경쟁력도 입증했다.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레전드 철녀 이도연과 막내 에이스 김윤지,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김윤지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신의현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인터뷰 땐 천진한 얼굴로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천생 여고생인데 눈 위에만 서면 웃음기 사라진 독종이 된다. 급경사의 오르막 슬로프를 쉼없이 맹렬히 올라가는 모습은 흡사 여전사같다. "감독님이 뒤에서 딱 보고 계시니까. 쫓아올까봐"라며 웃는다. 썰매가 넘어질 때면 빛의 속도로 벌떡 일어나 폭풍질주, 기어이 잃어버린 초를 찾아온다. "많이 넘어져서 일어나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한다.

'설원의 마라톤'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바이애슬론, 춥고 힘든 극한종목인데도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힘들지만 재밌다. 수영은 어릴 때부터 쭉 해온 운동이고, 갑자기 찾아온 노르딕스키는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종목"이라고 했다. "승부욕도 있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매순간 도전하게 된다"며 웃었다. 물론 '멘붕(멘탈붕괴)'이 찾아오는 순간도 있다. "스웨덴 대회 때 바이애슬론 사격 중 2연속 4발 중 3발이 불발됐다. '멘붕'이 왔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멘탈을 잡았을까.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마음, 일단 경기에 나섰으면 내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7세 신성 MVP'김윤지,신의현X이도연 '평창레전드'선배들과 함께 꾸…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무엇보다 '어린 재능' 김윤지 곁엔 후배를 살뜰히 챙기는 걸출한 선배들이 있다. "의현삼촌이 설날에 세뱃돈도 주셨다. 스키 타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도연 선수는 늘 '즐기라'고 말씀해주신다. 매순간 경기를 즐기고 긍정적으로, 늘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의현삼촌'은 금메달리스트인데도 늘 더 잘하려고 노력하신다. 계속 발전해가는 모습이 멋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후배들과 함께 달리면서,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신의현과 "가까이서 배울 수 있고, 응원해주시는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라서 영광"이라는 김윤지, 이들은 나란히 3년 후 밀라노패럴림픽을 꿈꾼다. '80년생 철인' 신의현의 마지막 패럴림픽, '2006년생 신성' 김윤지의 첫 패럴림픽이 될 것이다.

김윤지의 체전 기록은 남자부 3~4위권에 해당하는 호기록. 무엇보다 썰매 기술, 경험, 체력 등 성장 여력이 충만하다. 신의현은 "'미국 에이스' 옥사나 마스터스도 웬만한 남자선수보다 빠르다. 윤지도 계속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열일곱 아니냐. 남자선수들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윤지가 지금처럼만 성장해간다면 밀라노패럴림픽에서 함께 뛸 수 있을 것이다. 스무살에 패럴림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밑거름이 될 것"이라더니 문득 "아, 그때 되면 난 몇 살이지. 내가 윤지보다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영상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서울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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