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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대 앞에서 작은 탁구공 하나로 이뤄진 통일이었다. 남측과 북측 선수가 'COR'이 새겨진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탁구대 한편에 나란히 섰다.
남북 선수들은 태국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이뤄진 연습 대결에서 서로 서브할 위치를 알려주거나 공격이 성공하면 나란히 미소를 지으며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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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주 감독은 김영록을 껴안으며 "선수들이 스텝이 좋다고 칭찬하더라. 운동 선수가 발이 빨라야 하는데 발이 정말 빠르고, 센스도 좋다. 스윙도 많이 좋아졌다"고 격려했다. "박금진이 더위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귀띔한 문창주 감독은 박금진의 몸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얼굴색이 많이 안좋은데 괜찮냐"고 물은 뒤 "적응을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록은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의욕적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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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시작 시간인 오후 2시10분께가 되자 6번 탁구대에 박홍규와 김영록이, 10번 탁구대에서는 이세호, 박금진이 마주섰다. 선수들은 조금은 어색해 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탁구공을 주고받았다.
몸이 어느정도 풀린 뒤 박홍규와 김영록은 나란히 섰다. 둘은 단체전 복식에 나서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둘은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이기도 한 태국 선수들과 즉석 대결을 펼치며 손발을 맞춰봤다. 김영록이 서브를 넣고 태국 선수들의 리시브를 박홍규가 뒤에서 받아냈다. 김영록이 스매싱을 성공한 뒤에는 남북 장애인 체육 관계자들의 환호성 속에 나란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태국 선수들이 떠난 뒤에는 박재형 코치가 둘이 손발을 맞춰볼 수 있도록 훈련을 도와줬다. 박홍규와 김영록의 나이 차는 무려 21살. 게다가 첫 만남이라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공기는 사라졌다.
박재형 코치는 김영록과 박홍규를 향해 "서로 이제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 뒤 김영록에게 "형이나 삼촌이라고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홍규가 "우리 아들과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대꾸했고, 주변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세호와 박금진도 초반에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공을 주고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작은 실수에 서로 미소를 짓는 등 한층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명호 회장과 전혜자 사무총장, 정진완 이천훈련원장, 전민식 남측 선수단장은 이날 훈련장을 찾아 리철웅 감독을 비롯한 북측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훈련을 지켜봤다.
훈련을 마친 뒤 박홍규는 "2014년 인천 대회 단식 준결승에서 북측 선수와 맞대결을 했는데, 이번에는 단일팀을 하게 됐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나의 인생의 한 획이 그어지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손발을 처음 맞춰봤는데 아주 좋다. 김영록의 움직임이나 치는 스타일이 좋아 잘 맞는다"며 "발이 빠르고, 손목을 못 쓰지만 팔 각도나 움직임은 아주 좋다"고 전했다.
김영록은 단일팀을 이루게 된 소감을 묻자 "경기를 앞두고 있으니 길게는 말 안하겠다. 경기 잘하고 경기가 끝난 다음에 말하겠다"며 "단일팀을 했으니 경기를 잘 한 다음에 그 기쁨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합동 훈련에 대해서는 "신심이 생겼습네다"며 믿음을 내비쳤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