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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패배 의혹' 韓 핸드볼, 성적에 밀린 스포츠맨십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9-28 05:59


사진캡처=아시아핸드볼연맹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진캡처=아시아핸드볼연맹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국제적 망신이다. 핸드볼 19세 이하 남자 대표팀의 져주기 논란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8일 공정위원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된 19세 이하(U-19) 남자 대표팀의 고의패배 의혹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중이던 대표팀은 지난 18일 이란과의 조별리그 경기 도중 실격됐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은 "한국과 이라크 두 팀 모두 고의 패배 의도가 강했기에 몰수 게임으로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회에는 14개 나라가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렀다. 이라크, 인도와 함께 C조에 묶인 한국은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했다. 조 1위가 되면 바레인, 요르단, 일본, 조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이란과 한 조로 묶이는 상황이었다. 바레인과 일본이 2016년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것이 더욱 유리해 보였다. 결국 한국과 이라크는 일부러 져서 2위를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실격 됐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매우 심각한 사태로 판단했다. 협회 관계자는 "진상을 파악한 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관계자들을 엄중히 징계할 계획이다. 대단히 심각한 사안으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사령탑을 맡은 장인익 감독은 20일 급거 귀국해 협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길병송 부회장 등은 22일 대회가 열린 현지를 찾아 아시아연맹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 등을 약속했다.

승승장구하던 한국 핸드볼에 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을까. 협회 관계자 A씨는 "감독이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컸던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한국 핸드볼은 월드클래스급이다.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달 막을 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여자는 금메달, 남자는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미래도 밝다. 18세 이하(U-18) 여자 대표팀과 20세 이하(U-20) 여자 대표팀은 연령별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협회 관계자 B씨는 "한국 핸드볼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다, 올해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았다. U-19 남자 대표팀도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를 두고 '갱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그만큼 깨끗한 승부가 주는 예측불허의 짜릿함은 팬심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하지만 성적 부담감에 억눌린 한국 핸드볼은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쳤다. 눈 앞의 작은 이득을 탐해 스포츠 정신이란 끈을 놓아버린 순간 국제적 조롱이란 쓰나미에 휩쓸리고 말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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