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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최강' 韓, 아시안게임이 올림픽만큼이나 어렵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8-21 05:20


1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이 열렸다. 경기가 끝난 후 박상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19/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스포츠 강국이다. 올림픽에서도 줄곧 10위 안에 든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종합 2위 수성'을 목표로 삼고 출발했다. 금메달 65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72개 등 총 208개의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나서는 현자의 지도자와 선수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아시안게임은 결코 쉽지 않다"고….

'반드시 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적 기능만을 겨루는 경기가 아니다. 정신력 등 심리 상태가 그날의 경기를 지배한다. 아무리 준비가 잘 돼 있어도 심리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없다. 그러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의 심리 상태는 전혀 다르다. 올림픽에서는 '할 수 있다'가 아시안게임에서는 '해야 한다'가 된다. 그만큼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한국 펜싱 대표팀에 아시아 무대는 좁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금메달 8개를 합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최강'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과 싸워야 한다. 실제로 한국 펜싱은 대회 첫 날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김지연 정진선 박상영 등 강력한 우승 후보가 출격했던 만큼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경기 뒤 김지연은 "끝까지 집중하지 못했다. 너무 긴장했던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정진선 역시 "결승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빨리 가려 하다 보니 몸이 굳은 게 패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이 선수들의 육체를 지배한 것이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이끄는 이계청 감독 역시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우리는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줄곧 정상에 올랐다. 주변에서 '이번에도 당연히 금메달을 따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그 기대감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은 앞선 7차례 아시안게임에서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환경 차이가 부른 경기력 저하


경기력과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올림픽은 그야말로 세계 톱랭커만 출전하는 대회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몇 차례나 대륙별 예선을 치러야 한다. 실력이 비슷비슷한 선수가 경기에 나선다. 이들은 종목별 월드컵 등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맞붙는 만큼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아니다. 실력 차이가 크다. 출전에 의의를 두는 선수도 있다.

선수, 국가별 실력 차이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차이를 만든다. 익명을 요구한 A 선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나온다. 경기와 경기 사이에 걸리는 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나온 선수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서는 1분이면 끝날 경기를 아시안게임에서는 2~3분씩 하기도 한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대회가 열린 인도네시아는 국제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많지 않다. 아시아 최고의 축제를 치르기에는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일 펜싱 경기장에서는 정전으로 게임이 중단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과 인도의 여자배구가 열린 경기장에서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공이 흔들리는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모든 '낯섦'이 선수들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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