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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아닌데 KOR?' 변진섭 아들, 변재준 우승 직후 출전자격 논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6-05 05:00






2일 국제수영연맹(FINA) 2018 캐나다오픈 월드시리즈(2018 Canada Open FIna World Series ) 아티스틱 스위밍 대회에서 '15세 신예' 변재준(15)과 이가빈(15)이 혼성듀엣(mixed duet) 부문 1위에 입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가운데 변재준이 '인기가수' 변진섭과 '세계 주니어 챔피언 출신 국가대표' 이주영 스타싱크로클럽 감독의 아들로 알려지면서, 깜짝 우승 소식은 스포츠 팬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가 됐다.

아티스틱 스위밍은 과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으로 불리다가, 지난 7월 FINA 부다페스트 총회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듀엣 종목은 남녀 각 1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추는 경기로 2020년 도쿄올림픽 공식 종목에 선정됐다. 양성평등 관점에서 혼성 종목을 적극 권장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신생 종목인 탓에 선수 저변은 대단히 빈약하다. 현재 국내 혼성 듀엣팀은 변재준-이가빈조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혼성 듀엣팀은 많지 않다. 대한수영연맹이 지난 2년 반동안 관리단체로 표류하면서, 혼성듀엣 팀 양성도, 이들을 위한 대회도 전무한 상황이다. 출전기회를 찾아 캐나다까지 날아갔다. 그런데 '15세 유망주' 소년소녀의 국제무대 데뷔전, 우승 뒤끝이 씁쓸하다.


1개팀 출전 우승, 국가대표 자격 논란

캐나다오픈 혼성듀엣 종목에 출전한 팀은 변재준-이가빈 조가 유일했다. 한 팀이 나선 대회에서 70.4526점(100점 만점)으로 우승했다. 지난해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이 종목 우승팀 러시아의 점수는 92.600점이다. 변재준-이가빈조의 점수를 세계선수권에 단순대입할 경우 11개팀 중 10위에 해당한다.

어린 선수들의 기회와 도전은 점수, 순위와 관계없이 박수받아야 한다. 문제는 경기 후였다. 이들의 기록과 경기결과가 FINA 사이트에 국가대표를 뜻하는 'KOR(한국)'로 표기되면서 대한수영연맹, 대한체육회 관리위원회, 국가대표팀이 발칵 뒤집혔다. '국가대표'가 아닌데 '국가대표'로 뛰었다는 논란이다.

대한수영연맹의 회장선거를 앞둔 과도기 관리위원회는 이들이 한국을 대표해 캐나다오픈, 아메리카오픈에 출전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FINA가 지정한 '월드시리즈' 대회이고, 대한수영연맹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가진 선수를 선별 파견해야 한다"면서 "변재준 선수는 연맹에서 확인 또는 검증할 수 있는 경기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파견을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필요에 공감, 국가대표가 아닌 클럽팀 소속으로 출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따라 변재준은 어머니 이주영 감독의 스타싱크로클럽 소속으로 출전했다. '국가를 대표한' 출전은 승인하지 않는 '대한체육회 관리위원회' 직인 대신 '성남시 수영연맹 회장'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캐나다오픈 조직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작 캐나다오픈 조직위는 이들을 한국의 국가대표로 간주했다. 1개 팀을 위한 시상식, 대한민국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설상가상으로 태극기 아래에는 조직위의 실수로 '조선인민공화국(P.R. of Korea)'이 새겨졌다. 캐나다오픈, FINA 조직위 사이트에는 KOR의 이름으로 이들의 기록이 남았다.


발칵 뒤집힌 아티스틱스위밍대표팀


FINA 사이트의 기록과 국가명이 잘못된 사실을 확인한 대한수영연맹은 FINA과 대회 조직위 측에 이메일로 경위를 확인했다. 'PRK' 표기도 공식항의했다. 하루가 지난 후 기록지에 'KOR' 표기가 삭제됐다. 수영연맹이 관리단체인 상황에서 산하단체인 성남시수영연맹 직인 효력도 논란이다. 연맹은 "FINA산하 각국 연맹의 승인이 필요한 월드시리즈에 지자체 수영연맹 직인을 찍어나간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아티스틱스위밍 대표팀 역시 분통을 터뜨렸다. 아티스틱스위밍 대표팀은 지난 4월 말 13년만에 출전한 일본오픈 팀 경기에서 79.0830점으로 4위에 올랐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점수대를 80점 가까이 끌어올렸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하루 10시간 맹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을 목표 삼은 이들에게 '1점'은 소중하다.

이번 대회 70점대의 영향으로 인해 혼신의 힘을 다해 올려놓은 기준 점수대가 떨어질까 우려했다. 김영채 전 대한수영연맹 부회장은 "심판 종목이기 때문에 직전 국제대회 국가대표들의 점수가 기준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심판들은 직전 경기를 살펴보고 공부를 하고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제대회에 많이 나가지 않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지난 9월 한국대표팀에 부임한 일본 대표팀 출신 요시다 미호 코치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오는 7월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연기를 한다고 해도 점수를 기대할 수 없다. FINA 결과에서 이름(KOR)을 이제 와서 바꾼 것도 새삼스럽다.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하라 하면 좋을 일이다. 나는 화나지 않는다.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에 대해 이주영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우리는 '스타싱크로클럽'으로 출전신청을 했다. 경험이 필요했을 뿐 국가대표를 사칭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대회 조직위와 FINA의 실수로 KOR로 표기됐고, 곧 정정된 것으로 안다. 종목도 팀이나 듀엣이 아닌 혼성듀엣이고, 주니어 선수들이 출전한 만큼 향후 우리 대표팀 경기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전무하다. 혼성듀엣팀은 주니어세계선수권, 도쿄올림픽에서 메달도 가능한 종목"이라며 대회 출전의 이유를 거듭 설명했다. 아메리카오픈에 심판으로 참가하는 정영화 국제심판도 "최근 심판들은 국가 전체보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 이 선수들의 혼성듀엣 경기 결과가 향후 대표팀 팀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수영연맹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대회 출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절차를 무시한 참가 방법과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영연맹 관계자는 "연맹은 클럽 소속으로 출전하는 줄 알고 있었다. 연맹 승인도 없이 월드시리즈에서 KOR로 출전하고 기록된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FINA와 조직위에 정식으로 항의했고, 일부 수정된 것으로 안다. 승인 과정 전반에 대해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대한빙상연맹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감사를 진행하며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점은 감사 대상들이 규정이나 절차 위반을 매우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의도가 좋고, 결과가 좋은데 식으로 규정 위반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각 연맹에 절차와 규정의 중요성을 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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