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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나경원 의원"장애 벽 허문 두드림...패럴림픽 관심 멈춰선 안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03 05:30


나경원 의원 인터뷰 국회의원회관=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4.02/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신명나는 북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눈부신 봄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이, 어른들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리더의 지휘에 따라 일제히 드럼, 북, 장구 등 타악기를 신나게 두드렸다. 서로 다른 타악기들이 하나의 리듬 속에 아찔하게 녹아들며 충일된 희열감이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힙합청년, 레게댄서가 번갈아 둥근 원안으로 뛰어들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흥이 오른 아이들도 서슴없이 원안으로 뛰어들었다. '둥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순식간에 하나가 됐다. 장애인, 비장애인 1000여 명이 봄날, 두드림의 축복을 즐겼다. 장애도 비장애도 없었다. '두드림(Do Dream) 페스티벌' 드럼 서클 안에선 모두가 꿈을 꾸는 '아티스트'였다.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 경험은 짜릿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봄날,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첫 시도한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타악 문화축제 '두드림 페스티벌'은 대성공이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행사를 총괄, 기획한 나경원 의원(두드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을 만났다.







"신나는 두드림,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봄볕이 참 좋았다"는 인사에 나 의원은 "간절하게 기도했다"며 웃었다. 2013년 평창스페셜올림픽의 기적 같은 성공을 이끈 나 의원은 지난 5년간 '뮤직페스티벌' '슈퍼블루마라톤' 등 발달장애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레거시'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음악'과 '재능'의 장벽을 한껏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참가하고 체험하게 하자는 뜻에서 '두드림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장소는 활짝 열린 공간, 광화문 광장으로 정했다. 북치기 좋은 날씨, 눈부신 햇살은 선물이었다. 나 의원은 "처음 실내체육관 이야기도 나왔지만 '열린 공간'을 택했다.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행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이게 뭐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두드림 페스티벌' 현장, 나 의원은 직접 북을 치며 함께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나 의원을 보자마자 반색하며 두 팔을 벌렸다. 지난 5년간 수없이 많은 현장에서 수없이 만나온 아이들이다. 수줍은 많은 아이가 슬쩍 외면하자 이번엔 나 의원이 성큼 다가선다. "너, 아줌마 알잖아? 왜 모른 척하고 그래?" 아이가 슬몃 미소 지었다. 나 의원은 "어떤 분은 '정치나 열심히 하라'고도 하고, '정치에 이용한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나는 이 아이들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발달장애를 지닌 딸 유나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정치를 시작한 나 의원에게 "이 일은 매일 밥 먹는 일과 똑같은 일상"이다. 평창스페셜올림픽의 '투게더 위캔(Together We Can)' '룩 원스(Look once, 한번만 쳐다보세요)' 등 마음을 두드리는 슬로건도 그녀로부터 나왔다. "장애인에 대해 공부하거나 학문적으로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활과 체험 속에서 직접 느낀 것이 녹아나오는 것이 아닐까" 했다.

나 의원은 타악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발산'은 매우 중요하다. 두드리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이다. 타악기 중 어려운 것도 있지만 멜로디 없이 리듬만 익히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함께하면 신이 난다. 뭐든지 신나야 한다. 아이들에게 신나는 경험이 됐다"며 흐뭇해 했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악기,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시적으로 '두드림'을 함께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아카데미도 열고 싶다"고도 했다. 장애아들의 세상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의원님의 열정은 무궁무진했다.

나 의원은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서 장애인 아이들을 주인공 삼아 무대에 올린다. 이날 오프닝 공연을 함께한 발달장애인 팝밴드 '슈가슈가'의 성장을 뿌듯해 했다. "'슈가슈가'의 실력이 엄청 늘었다. 공연하는 팀이 한팀뿐이라서 아쉬웠다. 내년엔 무대에 올라가는 팀이 더 다양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미국스페셜올림픽 이사회에 가보면 늘 장애인들이 함께 회의하고 함께 발표한다. 이들을 위한 무대와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일상이 돼야 한다."


나경원 의원 인터뷰
국회의원회관=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4.02/


'부활' 김태원과의 특별한 인연

이날 '두드림 페스티벌'에서 특별공연에 나선 록그룹 '부활' 김태원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열정적인 공연과 함께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로서 '동병상련'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은 뭉클했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1999년까지는 나도 몰랐다. 2000년 제 아들이 태어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은 왜 그 안에 들어가야 그걸 알게 되는지 아이러니한 것같다. 제가 하는 음악보다 더 큰 세상을 만났다. 아들이 내게 준 '소울'적인 영향력이 내 음악의 에너지가 됐다. 그 고마움을 나누고자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다. 부모로서는…, 아이가 약간 다르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이상의 좋은 것이 온다. 저는 그랬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는 나직한 위로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나 의원은 "김태원씨와는 참 오래된 인연이다. 초선 의원때 신문사 인터뷰를 하면서 의기투합해서 밥을 먹고 친해졌다. 그 다음부터 쭉 함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 뮤직페스티벌 홍보대사도 도맡아 해주셨다. 의리가 있는 분이다. 정말 고맙다. 하시는 말씀마다 다 어록이다. 천재인 것같다.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평창의 레거시: 장애인아이스하키 프로리그 추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전 집행위원이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평창패럴림픽 기간 내내 현장을 지킨 나 의원은 국회에서 '레거시 정책'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이 한번에 그쳐서는 안된다"면서 "더 이상 장애인체육은 '컴패션'이나 '자선'의 개념이 아니다. 패럴림픽, 장애인스포츠 자체를 경기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패럴림픽도 재밌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치패럴림픽부터 평창패럴림픽까지 줄곧 응원해온 장애인아이스하키 종목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했다. 소치패럴림픽 예선에서 홈팀 러시아를 꺾은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 "소치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우리가 '홈팀' 러시아를 이겼다. 정말 자랑스러웠다. 현장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득의양양하게 웃어준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평창패럴림픽 동메달 직후 얼음판에 태극기를 놓고 목놓아 불렀던 애국가의 감동이 그 자리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나 의원은 장애인아이스하키 현장의 바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장애인아이스하키 실업팀이 강원도청 하나뿐이다. 패럴림픽 동메달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실업팀을 더 만들고, 프로스포츠리그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했다. "평창패럴림픽 사진전도 하고, 관심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국회에서 토론회도 하고, 문체부와 함께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약속했다. "평창패럴림픽의 레거시는 '국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장애인 스포츠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소리의 울림이 채 사라지기 전, 그녀는 장애인스포츠를 위한 새 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주장 한민수 선수 연락해보고…, 문체부도 알아보고… 국회 사무총장도 만나봐야겠다. 빨리…."
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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