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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는 지난 14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를 마친후 방송 인터뷰에서 꾹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를 마친 직후 떠오른 것은 동갑내기 절친 고(故) 노진규였다.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한 후 (노)진규가 나에게 많은 응원을 해줬다. 너는 할 수 있다고 얘기해준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진규가 하늘에서 응원해줬을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
박승희는 노진규와 한체대에서 함께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 노진규는 대표팀 최고의 에이스였다. 2010년 태극마크를 단 후 2011년 동계아시간게임 금메달,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3관왕 및 종합우승, 세계신기록을 휩쓸었다. 소치올림픽 직전 노진규가 골육종 판정을 받으면서 꿈꾸던 올림픽 무대에 함께 서지 못했지만 박승희와 쇼트트랙 대표팀 남녀선수들은 2016년 4월 그가 하늘로 떠날 때까지 막역한 우정을 이어왔다.
17일 오후 7시부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노진규 후배들'의 뜨거운 질주가 시작된다. 심석희, 김아랑, 최민정이 쇼트트랙 1500m에 나선다. 임효준, 서이라, 황대헌은 쇼트트랙 1000m 준준결승전에 나선다.
노진규는 '절친' 박승희에게 그러했듯, 투병중에도 동료 선후배들을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소치올림픽 직전 왼쪽어깨 혹 제거 수술로 왼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른손 글씨를 연습했다. 항암치료 중에 오른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대표팀 동료들에 대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4년전, 올림픽을 향한 간절한 열망을 품고, 노진규가 써내린 응원 편지를 오늘 다시 보낸다. 2014년 2월, 소치에서 남자대표팀이 '자신의 주종목' 1500m 메달을 놓친 후 남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다. 2018년 평창올림픽, 하늘에서 대표팀을 응원하는 그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1500m는 운이 많이 안따라준 거 같아.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이 있고 단체전인 계주가 남았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늘 연습해오던 대로 자신감 있게 경기해줬으면 좋겠어. 서로서로를 믿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모두 웃으면서 돌아왔으면 좋겠어. 여자들도 긴장하지 말고 해오던 대로만 하면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까 마지막까지 화이팅하자!!"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