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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대관식을 앞둔 윤성빈(24·강원도청)이 역사적인 질주를 시작했다.
이날 30명 중 6번째로 주행한 윤성빈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스타트라인에 섰다. 비장함이 감돌았다.
허리를 구부린 채 자신의 오른발을 주먹으로 치는 루틴을 보인 윤성빈은 썰매를 힘차게 밀며 출발했다. 스타트 기록은 4초62. 지난 13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가한 공식훈련에서 찍은 5초01과 5초06보다 훨씬 빠른 기록이었다. 당시에는 스타트에 중점을 두지 않고 얼음 상태와 썰매 감각을 익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승부를 가를 초반 1~5번 코스를 무난히 질주한 윤성빈은 '루지 황제' 펠리스 로흐(독일)도 주저앉힌 '악마의 9번 코스'도 충돌 없이 통과했다. 그 동안 평창 트랙을 380회 주행한 노하우가 그대로 실전에서 반영된 모습이었다.
각 코스마다 패스트라인을 탄 윤성빈은 중력가속도의 4배가 넘는 힘을 2~3초 동안 받게 되는 14번 코스에서도 124km/h를 찍었다.
피니시 지점을 통과할 때까지 퍼펙트 주행을 이어간 윤성빈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2차 시기 준비에 돌입했다. 2차 시기에선 1차 시기의 역순이기 때문에 25번째로 주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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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스켈레톤을 시작한 윤성빈은 국제 무대에서 '신성'으로 불렸다. 주니어 신분이던 2014~2015시즌 월드컵 2차 대회부터 3위를 찍으며 세계 스켈레톤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어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소치동계올림픽에선 16위에 그쳤지만 성인이 된 2015~2016시즌에는 '스켈레톤계 우사인 볼트'로 불리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도 한 차례 넘었다. 2016년 2월 6일 썰매 종목이 탄생한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펼쳐진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2016~2017시즌에도 좀처럼 두쿠르스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던 윤성빈은 올림픽 시즌인 2017~2018시즌 드디어 '황제'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