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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강릉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 후 노선영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생애 4번째 올림픽 레이스를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올림픽, 후회없이 달리고 나와 후련하다"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열일곱부터 서른 살까지 4번의 올림픽을 나간 선수로서, 자부심이 클 것 같은데요?" 의외의 질문이었을까. 노선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 자신은 그런 마음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모르시니까…"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런 마음이 조금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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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은 11살 때 과천빙상장에서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불과 4년만인 15세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8~2009시즌 여자 1500m 대표선발전에서 2분05초,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선발전 1위에 올랐다.노선영이 선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사건'이다. 그녀는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부문에 한획을 그은 선수다. 2011년 아스타나 알마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세 살 아래 동생 고 노진규는 누나 노선영을 따라 초등학교 2학년 때 스케이트를 신었고, 국가대표 누나를 보며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누나와의 '올림픽 동행'을 꿈꿨다. '올림피언' 노선영은 동생이 떠난 후에도 '나홀로' 외로운 빙판에서 굳세게 버텼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첫출전부터 2018년 평창까지 지독한 훈련과 기나긴 여정을 꿋꿋이 버텨왔다. 선수로서, 올림피언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시종일관' 최선을 다하는 레이스를 다짐했다.
평창올림픽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노선영은 또렷히 말했다. "동생 이유도 컸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선수로서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마음, 마지막 올림픽을 후회없이 마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4년간 준비해온 것을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었다."
그녀의 말처럼 '많은 분들은 모른다.' 4번의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피, 땀, 눈물로 분투했던 '진짜' 노선영을 모른다.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얼음을 지쳐온 노선영은 대한체육회 공식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항상 성실히 스피드스케이팅을 해왔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