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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보다 더 큰 패배였다.
일방적인 완패에 여론은 다시 단일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역시 '북한 선수들의 가세로 급조된 영향이 컸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자, 그렇다면 가설을 세워보자. 과연 단일팀이 아니었다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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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을 논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인 경기였다. 단일팀은 초반 5분 가까이 오펜시브존에 가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머리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한 부분이 컸다"고 했지만, 실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 차가 워낙 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아이스하키 관계자 역시 "스위스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4골을 넣은 알리나 뮬러를 비롯해, 3피리어드 9분42초 엄청난 원타이머를 보여준 라라 슈탈더, 2골을 넣은 포베 스탠츠, 3개의 도움을 올린 사라 벤츠 등은 클래스가 달랐다. 우리 선수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1피리어드 0-0 상황에서 크로스바를 맞힌 한수진의 슛이 득점으로 연결됐더라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상대의 힘에 밀렸다. 특히 상대의 강력한 포어체킹에 완전히 말렸다. 디펜시브존에서 퍽을 소유하고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브레이크 아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완벽히 실패했다.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준비한 패턴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부터 나가질 못하니 공격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에이스 박종아는 스위스전에서 단 한차례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그나마 이진규가 힘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부상 복귀로 기대를 모았던 캐롤라인 박과 랜디 희수 그리핀은 확실히 부상여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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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우리까지 제 몫을 하지 못한만큼 완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북한 선수들도 함께 부진했다. 정수현은 이날 북한 선수 중 가장 많은 17분38초 동안 빙판을 누볐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수현은 머리 감독이 파워플레이조에 넣을 정도로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북한 선수 쿼터에 상관없는 파워플레이조에 넣었다는 것은 개인 능력에서는 한국 선수들보다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은향과 황충금은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원래 멤버였던 이은지 정시윤 등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만큼 상대가 강했다.
그렇다면 스웨덴전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일단 일본전(2대1 스웨덴 승)에서 보여준 스웨덴의 전력은 만만치가 않았다. 우리와의 평가전 때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뮬러, 슈탈더, 스탠츠 만한 개인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없다. 조직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머리 감독은 11일 회복훈련 대신 실전을 방불케하는 5대5 청백전으로 스웨덴전을 대비했다. 스위스전에서 흔들렸던 전술과 시스템을 점검하고, 선수단 전체에 경쟁심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제 하키적인 부분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완패로 다운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일단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플레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웨덴전은 12일 오후 9시10분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