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평창人]아버지 충고 새긴 머리 감독, 단일팀과 역사적 도전에 나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05:00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세라 머리 남북 단일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2018.02.04/인천=사진공동취재단

새러 머리 단일팀 감독(30)은 요새 아버지와 자주 통화를 한다.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머리 감독의 아버지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간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지도자 앤디 머리(67)다. 앤디 머리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약했다. 올림픽처럼 큰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머리 감독은 자신의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해 아버지와 상의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실제 경기 시간에 맞춰 훈련을 하는 것도 아버지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머리 감독이 아버지의 조언 중 가장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이 있다. '선수들의 존중을 얻어라.' 선수들에게 열린 마음을 보여준다면 선수들도 자신에게 마음을 열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머리 감독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단일팀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한, 북한 선수로 나누지 않았고, 할 수 있으면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자신이 선수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머리 감독의 노력 속 단일팀은 조금씩 원 팀이 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단일팀.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정치 논리 속 선수단은 뒷전이 됐다. 이를 정리한 것이 머리 감독의 리더십이었다. 머리 감독은 단호한 모습으로 단일팀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정리했다. 가장 먼저 자신이 감독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오해가 있으면 직접 기자회견에도 나섰고, 필요하면 할 말도 했다. 정치적 결정들이 이어지며 머리 감독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난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머리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들을 품었다. 남, 북 선수가 함께 모인 후에는 함께 식사하고, 함께 라커룸을 쓸 수 있게 하는 섬세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머리 감독의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단일팀을 빠르게 바꿨다.

선수시절부터 그랬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머리 감독은 미국, 스위스, 중국 등을 누볐다. 그와 함께 1차전 상대인 스위스의 다니엘라 디아스 감독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로 열정적인 선수였다는 기억이 있다. 선수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도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디아스 감독과 머리 감독은 2014~2015시즌 스위스 ZSC라이온스 프라우엔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바 있다. 로라 슐러 캐나다 감독은 "그는 매우 좋은 선수였다. 작았지만, 매우 영리했고, 지적인 플레이를 했다"며 "그 중에서도 머리를 가장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가 매우 긍정적이고 열린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총 감독과 박철호 북한 감독이 25일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 앞에서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 12명과 지원 2명, 감독1명으로 구성됐다. 남북 단일팀은 합동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진 뒤 2월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통해 첫 실전 경기를 치른다. 평창올림픽 첫 경기는 2월 10일 열리는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다.진천=사진공동취재단/2018.1.25/
머리 감독의 이런 장점은 지도자가 된 뒤 더욱 빛나고 있다. 2014년 9월 처음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머리 감독은 빠르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아이스하키 대표팀 총감독이기도 한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머리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선수 시절 흘려들었던 아버지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도 이때부터다. 머리 감독은 팀 운영부터 전술 운영 능력까지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강릉세계선수권(4부리그)에서 우승을 이끌었고, 단일팀 구성 후 북한 선수들의 장점을 고루 활용하는 선택으로 우려를 가능성으로 바꿨다. 박철호 코치 역시 머리 감독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머리 감독은 8일 선수들과 함께 바다 나들이에 나서며 한템포 쉬었다. 본격적인 출발을 앞둔 마지막 휴식이었다. 단일팀은 10일 오후 9시10분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올림픽에서 단일팀이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리 감독 개인적으로도 올림픽 아이스하키를 경험한 첫 부녀 코칭스태프라는 영광을 얻을 경기다. 세계 6위 스위스는 전력과 경험 면에서 현실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이미 엔트리에 대한 구상을 마친 머리 감독은 "단일팀의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한다면 스위스와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머리 감독의 머리 속에 해법이 담겨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