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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Live]"아유 힘들어!" 北선수들 곡소리 속에 구색 잡혀가는 단일팀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05 17:57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을 벌였다. 새라 머레이 총감독과 박철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 | 사진공동취재단/2018.2.4/

훈련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에 이곳 저곳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아휴~." 북측 선수들의 목소리다.

5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아이스하키 여자 남북 단일팀이 공식훈련을 했다. 4일 스웨덴전을 마치고 5일 새벽 1시경 강릉 선수촌에 입성한 단일팀. 입성 당일 오후 12시40분부터 진행된 훈련은 체력에 큰 무리를 줄 수 있었다. 새러 머리 감독은 안배를 택했다.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다수의 북한 선수와 스웨덴전에서 오랜 시간 뛰지 않았던 선수 총 14명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 경기에 뛰지 않았어도 훈련은 힘들었다. 훈련 초반 가볍게 몸을 풀더니 강도를 높였다. 1대1 공격, 방어 및 2대2 훈련을 했다. 또, 2명이 짝을 지어 퍽을 주고 받으며 슈팅까지 연결하는 훈련도 했다. 전개 속도는 빨랐다. 1시간 20분여 진행된 훈련. 중간에 잠시 10분 가량 전술 프로그램 전달 시간을 제외하면 단일팀은 쉴 틈 없이 빙판을 갈랐다. 특히 미니게임 형식으로 진행된 3대3 훈련에선 골대 뒤로 흘러나간 퍽을 직접 가져와야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선수들의 진땀을 뺐다.


훈련 초반엔 남측, 북측 선수간 격차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차이가 났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랭킹(한국 22위, 북한 25위)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본기 차이가 꽤 나는데다 대회 직전 강도 높은 훈련은 기본, 북측 선수들은 생소한 '한국 훈련 체계'까지 받아들여야 하기에 부담이 배가될 수 밖에 없었다. 캐나다에서 귀화한 공격수 대넬 임, 박 캐롤라인 낸시 등이 기술적인 퍽 컨트롤을 하거나 슈팅을 하면, 북측 선수들은 이를 따라하며 연습을 하기도 했다.

북측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외신의 눈도 쏠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방송사 OBS, 일본 NHK와 교도통신에 단일팀과 같은 올림픽 조별리그 B조에 속한 스웨덴, 스위스 언론들도 단일팀의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해프닝도 있었다. 차디찬 빙판 위에 뜨거운 구슬땀이 떨어지던 훈련 막판, 시계는 오후 1시 5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도윤 코치는 "주목! 2시 5분까지 (훈련)할거야. 2시 5분이야!"라며 지친 선수들을 독려했다. 머리 감독의 지시였다. 하지만 이는 훈련 시간을 잘못 알아서 생긴 실수였다. 이날 단일팀의 공식훈련 시간은 오후 2시까지였다. 예정된 시간에 훈련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관동하키센터 베뉴 관계자가 머리 감독에게 오후 2시까지 훈련 가능하다고 알렸고, 머리 감독은 황급히 김 코치를 불러 훈련 종료를 지시했다. 김 코치의 종료 사인과 동시에 북측 선수들은 짧은 한숨과 함께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 와중에 힘이 남은 정시윤은 머리 감독에게 다가와 끝났냐고 물었다. 머리 감독이 "훈련 끝났다. 내가 시간을 잘못 확인했다"고 하자 정시윤은 애교 섞인 미소로 "So short(너무 짧다)"이라고 했다. 반면 북측 선수들은 빠르게 공동취재구역을 벗어나며 "아유 힘들어!"라고 했다.


단내 나는 훈련 속에 남북 선수들은 서서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머리 감독은 "(스웨덴전)남북이 처음으로 한 팀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잘 해줬다. 1피리어드 땐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2피리어드부터 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여자 대표팀을 이끌면서 지난해 북한 선수들과 경기를 가졌을 땐 이런 저런 소통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젠 서로 질문도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북측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다"고 했다.

대넬 임은 "서로 사용하는 하키 용어가 다르다. 우리는 패스인데 북측 선수들은 연락이라고 한다. 또 몇 가지 다른 것들이 있지만 서로 받아들이면서 맞춰가고 있다"고 했다. 골리 한도희는 "북측 선수들과 진천에서부터 함께 했다. 강릉 훈련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건 없다"며 "평소처럼 잘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 저기 터져나오는 북측 선수들의 곡소리는 단일팀 전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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