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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에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캐처(catcher)'라는 사람이 있다. '아웃 런(피니시 지점을 통과한 뒤 오르막 구간)'에서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이나 실수를 한 선수들의 썰매가 오르막에서 멈추고 뒤로 밀리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되기 때문에 썰매를 잡아주는 캐처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은 김홍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 겸 국제심판(35)이다. 김 감독은 "썰매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 썰매를 잡아 로이스트 포인트로 끄집어내 트럭에 싣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상선수 출신인 김 감독은 2010년 우연찮게 TV를 켠 뒤 봅슬레이를 알게됐다.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보고 지원한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단숨에 합격했다. 당시 스물 일곱이었던 김 감독은 "좀 늦게 봅슬레이 대표 선수가 됐다. 그러나 주장도 했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을 못해본 것에 대해선 후회가 든다. 주위에서도 '올림픽은 나가보지 그랬냐'고 하는데 후회는 있다. 그래도 동생들이 잘 되면 내가 잘 되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길을 닦아주고 후배들이 올라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양보 덕분에 원윤종-서영우 조가 2014년 소치올림픽에 나가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윤종이에게는 항상 '넌 최고이기 때문에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영우는 장난을 잘 치는 스타일이라 툭 치고 가면 씨익 웃는다"고 했다.
이후 다른 일을 하던 김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했다. 2년 전 2018년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만들어진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전주자)들을 지도했다. 김 감독은 "지도자를 하면서도 국제심판 쪽에서 제의도 받았다. 선수 출신 심판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국제심판 양성 교육도 받아 올림픽 기간에는 심판으로 활동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지도자의 꿈이 크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이 용 감독님과 조인호 감독님을 보면 더 하고싶다. 윤종이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또 "상비군에서 대표팀 올라간 선수들이 5명 정도 있다. 윤종이가 탄 영상을 보면서 전주자에게 가르치고 있다.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선수 의욕도 좋다"며 한국 봅슬레이의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욕심은 끝이 없다. "아직 심판 쪽에도 경험 있는 분이 많지 않다. 심판들도 자리를 잡았지만 기회가 되면 심판도 계속하고 싶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