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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30일 오후 1시. '꿈의 무대'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이룬 23명의 자랑스러운 태극전사가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휴일 오전부터 공항을 찾은 팬들은 우렁찬 환호와 박수로 태극전사들을 격하게 환영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선수들은 청사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환호와 응원에 미소로 답했다. 잠시 얼떨떨한 표정의 선수들은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여기는 대한민국. '키예프의 기적'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단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역사, 그 엄청난 일을 '백지선 호'가 해냈다.
부상투혼을 발휘한 '주장' 박우상(32·안양 한라)은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대표팀 '터줏대감' 김기성(32·안양 한라) 역시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과 공항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승격했을 때는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서 옆에 있는 후배와 볼도 꼬집어 봤다"며 "어렵고 힘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꿈이 현실이 돼 정말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물론이고 체격 차이도 컸다. 무엇보다 경기 중 선수 일부가 부상을 입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지선 감독과 선수들은 '승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쳐 싸웠다. 백 감독은 "승격이 확정된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밖에서는 우리의 성과를 기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준비가 돼 있었기에 이런 일(승격)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꿈의 무대에 입성한 한국 아이스하키. 그러나 도전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이 불과 10여 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승격의 영광은 잊고 평창을 정조준한다.
김기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박우상 역시 "우리가 외국 선수들과 대결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다는 점을 확인했다. 매우 큰 소득"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백 감독은 "꿈은 항상 크게 가져야 한다. 그 꿈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며 "평창에서의 목표라고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펼쳐 보이는 것이다.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키예프의 기적을 완성한 태극전사들은 2주 쯤 휴식과 재활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평창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변방에서 세계 톱디비전으로 수직상승한 백지선호의 무한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