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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은 그동안 '학교체육활성화'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지난해에도 정말 바빴습니다. '학교체육활성화'의 길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 많이 '쑤시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해 현장에서 느낀 것들, 들었던 것들, 주위의 조언들을 묶어 보고서를 내기로 했습니다. 'SC현장리포트, 학교체육 갈 길을 찾다'입니다. 정치권의 학교체육 최고 전문가인 안민석 의원의 말도 들어봤습니다. 거창하지 않은, 작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들 입니다.
곧 새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한번, 꼭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현장에서 느낀 것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②현장에서 들은 것들. "어른들 논리는 그만, 높이는 아이들 눈에"
③안민석의원이 말하는 것들, "체·예·문 늘리고, 국·영·수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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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황교선 경기교육청 장학관이 제공한 2015년 교육부의 '학교체육예술교육 활성화 운영성과 발표' 자료를 보면 학교스포츠클럽리그에 참여한 학생들 86%가 교우 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요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발전(85.4%)'하거나 '학업 성적의 향상(74%)' 효과를 본 학생도 많다. 이처럼 스포츠의 긍정적인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교체육이 왜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들이다. 이같은 인식은 학생과 선생님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확산돼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애 주기에 맞는 스포츠를 경험하기에는 갈 길이 아직도 멀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다.
'학교체육 갈 길을 찾다' 두번째 기획에서는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들을 풀어놓는다. 인식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다. 정책이나 방안이 아니라, 현장의 구체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따라서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제기가 될 수도 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선생님들에게 직접 들으면서 더 와닿았던 현실들이다.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길은 여기, 이 목소리들에서부터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여학생체육 현실, 인프라도 프로그램도 부족
스포츠조선은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함께 여학생 자유학기제에 맞춘 '미드림(美-Dream)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이 수업에 함께 했던 동대부여중, 송곡여중, 통진중, 잠실중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아이들은 '체육 프로그램이 다채롭지 않고, 운동 시설 및 샤워 시설 등이 부족하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남학생들도 비슷한 답변들을 했다)
물론 이 학생들의 목소리가 전국 중학생들의 의견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여학생들(남학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재미'였다. 학교 체육시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체육 시간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체육시간을 '수다 시간'으로 떼우기 급급했다. 특히 여학생은 성장기의 예민한 시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수업 계획 및 활동 때문에 스포츠에 대한 흥미를 크게 잃었다. A 선생님은 "성장기 여학생은 매우 예민하고 민감한 시기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그 특성을 이해하고 맞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이들만큼이나 선생님들도 답답하다. B 선생님은 "학교에 다양한 체육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교외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도 이에 맞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취재 차 찾았던 송곡여중 역시 체육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비가 오거나 미세 먼지가 심할 경우에는 이론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절실한 외부와의 협력
결국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풀어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외부 프로그램 유치는 물론이고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외부 강사의 관심과 자격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C 선생님은 "외부 강사께서 날짜를 착각해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D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온 선생님은 아직 대학생이었다. 수업 내용은 물론이고 아이들과 생활하는 부분에서도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학교장의 관심에 따라 체육 수업 수준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학교내 시설 부족은 지역 체육시설 이용으로 풀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쉽지 않다. 경기도 지역 학교의 체육 담당 선생님은 "학교 옆에 공공체육관이 있다. 하지만 구청에서 사용허가를 받기가 힘들다. 각종 행사에 밀려서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지자체와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사실 지자체와 학교시설의 공유만 이뤄져도 인프라 부족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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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체육 시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할 것도, 수정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중 또 다른, 큰 문제점은 체육 시간에 대한 인식이다. E 선생님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체육시간에 그럭저럭 참여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달라진다. 체육 수업은 자율학습 시간으로 변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체육보다는 입시에 필요한 과목이 더욱 중요하게 사실이다. 체육을 입시와 연계하지 않는 이상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씁쓸한 현실을 전했다. 2016년 교육부가 발표한 17시간 이상 학교스포츠클럽 참여 학생 수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약 230만명), 중학교(약 98만명), 고등학교(약 55만명)의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다음 주제에서 더 다뤄보기로 한다.
통합 조직이 필요하다
사실 이는 해묵은 얘기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다. '관할 부서' 논란 때문이다. 스포츠는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대한체육회 소관이지만 수업, 입시와 연계되면 교육부의 일로 바뀐다.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부카츠'로 불리는 운동부활동을 법적 근거에 기반해 교육의 일환으로 장려하고 있다. 미국은 운동하는 학생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선수에 대한 지원이 확실하다. 고등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해 조직한 비영리 민간조직 NFHS(National Federation of State High School Associations)가 미국의 대학스포츠 단체 NCAA와 유기적으로 연대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물론 문화와 환경, 공감대가 다른 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 해결책이 아니다. 손천택 인천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문체부, 교육부, 대한체육회 등을 참여시킨 위원회를 설치해 한국형 학교체육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관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일반대학 선발에 체육활동 가산점, 특기생 선발에는 내신성적 반영률을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쯤에서 일단 마치려 한다. 학교체육은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답은 현장에 있다. 어른들의 논리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들을 위한 '너나 없는'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체육 현장에서 김가을 기자가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