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같이 인사부터 하고 시작하자. 차렷, 인사!" "합!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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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체육 전국합기도연합회(회장 정달순)'는 올해 보급사업의 대상을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맞췄다. 정부가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집중관리하고 있는 심각한 '학교 폭력'앞에 무기력하게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합기도는 매우 유용한 스포츠다. 남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어'에 초점이 맞춰진 전통 스포츠이기 때문. 근본 이념인 '호신'을 배우는 과정에서 신체와 정신을 바르게 가꾸는 올바른 호흡법과 타인에 대한 예의도 함께 익힐 수 있다.
전국합기도연합회도 이런 면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전통스포츠 알리기'에 집중한 것이다. 이를 위해 7월 초부터 전국 20개 지역 합기도 체육관에서 주말 이틀씩 총 8주 과정으로 지역 중고등학교 청소년에게 무료로 합기도 강습회를 열고 있다. '2015 전통스포츠보급 합기도호신교실'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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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습회 당 참여 학생들의 규모는 20명선. 학교에서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나 친구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강습은 무료로 진행된다.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수익 사업은 아니다. 10여 만원 정도의 훈련 지원금은 대부분 수강생들의 간식과 점심 식사비용으로 사용된다. 오히려 지도자들이 스스로의 지갑을 여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일선 지도자들은 지역에 기여하는 봉사활동의 개념으로 보람차게 여기고 있었다.
예의와 호신의 정신을 배우는 아이들
실제로 이날 호키체육관에는 오전 10시부터 지역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중학교 2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여학생들도 10여 명이나 됐다. 정현수 관장이 기본적인 자세와 호흡법, 그리고 예의에 관해 강조한 뒤 다양한 형태의 낙법을 가르쳤다. 낙법은 신체 밸런스가 무너진 채 쓰러지는 순간 몸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호신 동작. 한번 배워두면 평생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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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약 2시간 동안 이뤄진 강습회에서는 손이나 발로 상대를 치는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호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형태의 외부 위협 동작을 회피하거나 막아내고, 필요한 경우에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집중 강습됐다.
합기도는 대단히 과학적인 스포츠다. 신체 밸런스와 관절의 가동 범위에 따른 힘의 이동 및 분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경지를 깨달으면 가벼운 손짓 만으로 거구의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전문적인 경지의 이야기. 지금 이 아이들에게는 원치 않는 폭력 앞에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다. 이날 강습의 초점이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강습회 내내 아이들의 힘찬 기합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예산 출신인 정 관장은 마치 동네 큰 형님처럼 자상하고 유쾌하게 아이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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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습회에 참여한 예화여고 2학년생 장유빈(17)양은 "친구들을 통해 이런 강습회가 있다는 걸 듣고 찾아왔어요. 별 기대는 없었는데,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여러가지 호신법도 알게된 시간이었어요"라며 "강습회가 끝나도 계속 합기도를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른 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확한 동작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아이들은 한층 밝고 건강하게 커나가고 있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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