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말 기쁘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또 한번의 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유니버시아드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12일 오후 광주여대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펼쳐진 리듬체조 개인종합 이틀째 경기, 곤봉 종목에서 18.350점, 리본 종목에서 18.050점을 받았다. 첫날 후프, 볼 종목 중간합계 36.150점와 합산한 총점 72.550점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에이스' 안나 리자티노바가 총점 71.750점으로 은메달, '벨라루스 에이스' 멜라티나 스타니우타가 총점 70.800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날 나홀로 18점대 고득점을 찍은 손연재는 둘째날 곤봉, 리본 종목에서도 흔들림없는 연기로 1위를 굳건히 지켜냈다. 마지막 곤봉 연기는 압권이었다. 매시즌 경쾌하고 다이내믹함 속에 깜찍한 매력을 선보였던 곤봉 종목에서 손연재는 '델라댑 치가니' 레퍼토리에 맞춰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곤봉을 머리에 얹고 걷는 리드믹스텝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탄성이 쏟아졌다. 18.350점, 사상 첫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의 역사를 개인 최고점으로 마무리했다. .
금메달 기자회견에서 손연재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준비하는 과정들이 힘들기도 하고 부담감도 많았던 경기였는데 4종목 실수없이, 목표한 기록을 이뤄서 기쁘다. 목표를 이루니 결과도 잘 따라왔다. 기쁘다"며 웃었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 안나 리자티노바, 마리아 티토바까지 러시아, 동구권 에이스들을 모두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내가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을 딸 거라곤 생각 하지 못했다. 쿠드랍체바와 마문이 안온다고 했을 때 두 선수가 안오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온다고 생각했다. 대회 금메달보다는 수행 목표를 정했다"고 했다. 2011년 선전 대회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는 '레전드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다. 2013년 카잔대회에선 '러시아 1인자' 마르가리타 마문이 우승했다. 손연재가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다. 손연재는 "경기 끝나고 나오는데 금메달이 믿어지지 않았다. 노력하고 훈련을 열심히 한 게 통했다. 기쁘게 생각하고 9월 세계선수권, 내년 올림픽까지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 잘하고 싶다"며 웃었다.
'안방불패'의 비결을 묻자 "작년에 인천아시아게임 하면서 살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할 일이 또 있을까 했는데 광주에서 그런 긴장감을 느꼈다"며 웃었다. "부담고 긴장되지만 한편으론 힘이 되고 든든했다. 마음 편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며 웃었다. "시즌을 시작할 때 부상이 있어서 늦게 시작했는데 몸을 끌어올리는 데 두세배는 힘들었다. 훈련양 늘리면 부상이 계속 따랐다. 옐레나 코치님이 항상 '운동선수는 너만 아픈 게 아니다'라는 말로 독려하셨다. 강하게 훈련한 게 도움이 됐다. 많은 훈련량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곤봉 연기에서 18.350점의 개인최고점을 기록했다. 곤봉 직전 라이벌 안나 리자티노바가 17.950점에 그쳤다. 손연재는 "마지막 종목이고 마지막 종목을 깨끗하게 한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집중하고 다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사실 올시즌 내내 워낙 긴장을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만족 못하는 부분 있었다. 한동작 한동작 느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것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사상 최초, 최고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손연재는 "운이 좋게도 성적을 낼 때마다 '최초'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운이 좋은 선수다. 당연히 힘드는 부분도 있고 많은 관심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조금더 리듬체조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리듬 체조를 더많이 알리고 싶다. 내가 은퇴해도 좋은 선수들이 성적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
4종목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13일 치러질 전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사상 최초의 유니버시아드 멀티메달에 도전한다. "내일은 또다른 시작이다. 종목별 결선이기 때문에 매 종목에 집중하겠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약간의 종목별 실수가 있었다. 확실하게 보완하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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