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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스타' 박태환(25)은 지난 3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3일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다. T의원에서 맞은 '네비도' 주사제가 문제가 됐다. "뭔가 잘못된 거라 생각했고, 일부러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고 했다.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외야수 최진행(30)은 '30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받았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5월 진행한 도핑테스트 결과 최진행의 소변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에 해당하는 스타노졸롤이 검출됐다. 스타노졸롤은 남성 호르몬 수치를 늘려 근육을 강화하는 스테로이드 계열 성분이다. 최진행은 반도핑위원회에 참석해 "체력이 떨어져서 지난 4월 지인의 권유로 영양보충제를 섭취했으며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핑에 연루된 선수들의 공통된 반응은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몰랐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도핑에 대한 '무지'와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도핑 사건에서 소위 '아몰랑(아, 몰라에 o받침을 붙인 말, 논리없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뜻하는 온라인 유행어)'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반도핑 룰은 강경하다. 도핑방지규정 2조1항1호는 '금지약물이 자신의 체내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선수 각 개인의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고의성, 인지 유무와 무관하게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 모든 약물, 모든 성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수영스타 박태환의 반도핑청문회에서 '고의성 없음'을 주장하는 박태환측에 청문위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왜 너같은 선수가 그런 성분이 몸안에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느냐'는 것이었다.
휴대폰만 있으면 모든 정보가 내손 안에 들어오는 세상이다. '아몰랑'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금지약물을 구하기도 쉽지만, 금지약물을 스스로 차단하기도 좋은 세상이다. KADA 사이트(http://www.kada-ad.or.kr/)에 접속, 약물 성분과 약제 이름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금지약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하기 전, 스스로 금지약물 검색하는 일을 습관 삼아야 한다. 한약 혹은 보약, 체력 보충제, 건강보조식품의 경우에는 팀닥터나 트레이너를 통해 KADA 등 전문기관에 해당 약품을 보내 성분을 미리 확인한 후 복용하면 된다.
더 이상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도록, "몰랐다"는 변명이 발붙일 수 없도록 법적,제도적인 장치와 강력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태릉선수촌에 입촌, 한달에 1~2회씩 도핑 교육을 받는 국가대표 선수들에 비해 각협회, 각 구단의 프로구단 선수들에 대한 도핑교육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도핑의 사각지대'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무엇보다 선수들 스스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단 한번의 잘못된 선택, 탐욕, 실수와 무지가 선수로서 쌓아온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핑에 대해서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수일의 경우 수염을 나게 하는 연고가 도핑과 관련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도핑테스트 전날까지도 해당 연고를 발랐다. 그토록 간절했던 태극마크의 꿈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스스로를 "바보같다"고 자책했다. 프로축구 선수 강수일이 바른 약은 '미크로겐'이라는 발모 연고다. 일본산 발모제로 수염과 눈썹, 구렛나루 등을 기르는데 특효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남성들 사이에 인기 높다. 남성호르몬인 메틸테스토스테론, 프로피온산테스토스테론이 주성분이다. 미크로겐에 함유된 남성호르몬의 유해성이 문제가 되면서 식약청에서 2008년 판매를 일시 허가했다가 취소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물론 일반인들조차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 수입상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맘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 약이다. '미크로겐'을 KADA사이트, 금지약물 검색창에 입력하면 곧바로 '국내 미유통 약물이며,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K리그 현장의 한 관계자는 "아마 이런 유의 연고를 바르는 이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강수일 소식을 듣고 뜨끔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강수일이 수십명을 구했다는 우스개도 떠돈다"고 했다.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기엔 현장의 무지와 안이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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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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