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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열광할 장면도 없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5-03 15:15


이래서야 식어가는 복싱의 인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세기의 대결'이라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이 복싱이 맞나 할 정도로 싱겁게 끝났다.

승부인만큼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8체급 석권의 '전설'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를 넘어서 48연승의 무패 행진을 이었다.

메이웨더는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6.7㎏) 통합 타이틀전에서 파키아오를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1라운드에서 아무일 없이 탐색전을 끝낸 둘은 2라운드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둘 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의 펀치를 기다리면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아웃복싱을 했다. 인파이터인 파퀴아오가 주로 공격에 나섰지만 메이웨더의 반격을 의식한 듯 과감하게 들어가지 못했다.

4라운드에서 파퀴아오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매이웨더의 얼굴에 적중하며 잠시 파퀴아오 팬들이 술렁였으나 메이웨더가 이내 평정심을 찾으며 자신의 경기로 이끌었다. 파퀴아오가 무수한 펀치를 날렸지만 메이웨더의 가드를 뚫지 못했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의 연타를 맞고도 고개를 흔들며 파퀴아오의 펀치에 끄떡없다는 몸짓을 하는 등 시종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했다. 마지막 12라운드 때는 거의 링 사이드쪽만 돌면서 피하는 경기를 했고, 막판엔 두 팔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경기 결과는 3대0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118-110, 116-112, 115-113으로 부심 3명이 모두 메이웨더의 손을 들었다.

메이웨더는 "신에게 감사한다. 라스베이거스에 온 복싱팬과 전세계 팬들에게 감사한다"라면서 "파퀴아오에 대비해 아버지, 삼촌과 함께 훈련을 많이 했었다"라고 파퀴아오를 누른 기쁨을 전하며 "로키 마르시아노의 49연승에 도전하겠다. 그 경기는 9월에 열릴 것"이라며 대기록 도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메이웨더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바깥으로 움직였다"면서 "내가 이긴 경기라 생각한다. 그는 주위를 맴돌았고, 상대가 그렇게 빙 돈다면 많은 펀치를 날리기 쉽지 않다"고 아쉬운 소감을 밝혔다.


경기전 둘의 대결에 전세계가 흥분했다. 무려 8체급을 석권한 파퀴아오와 47전 전승의 메이웨더는 모두 전설과 같은 인물. 관심을 반영하듯 모든 것이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입장권이 판매시작 60초만에 매진됐고, 링사이드 좌석의 암표값은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둘의 대전료도 메이웨더가 1억5000만달러(약 1620억원), 파퀴아오가 1억달러(약 1080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았다.

'세기의 대결'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복싱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승부만을 생각한 둘의 '몸사리는' 경기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한국 속담이 딱 들어맞게 지루하기만 했다. 최강의 아웃복서인 메이웨더의 방패를 인파이터 파퀴아오의 창이 뚫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둘의 얼굴이 경기 전과 전혀 다르지 않을 정도로 펀치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치열한 경기를 원했던 전세계의 팬들에게 열광할 시간도 없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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