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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수원 한판승부, '1강' 전북 맞수 가린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4-14 16:29 | 최종수정 2015-04-15 07:10


◇울산-수원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코너킥을 앞두고 치열한 자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싶다. 특히 나와 나이가 비슷한 선배 감독들에게는 더 이기고 싶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호기가 넘쳤다. 대표팀에서 함게 생활한 최용수 FC서울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서정원 수원 감독 등 선배 지도자들에 대해 묻자 거침없는 답변이 쏟아졌다. "일본에 있으면서도 항상 선배들의 활약상을 지켜봤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선배들이 나를 더 무서워할 것이다."

이제 딱 1승 남았다. 선배들을 넘고 싶다던 윤 감독이 마지막 외나무 다리 앞에 섰다. 울산은 1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를 갖는다. FC서울(2대0 승) 포항(4대2 승)을 연파했던 울산은 수원마저 넘고 전북에 내준 선두 탈환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를 달리고 있는 수원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역대전적에선 울산이 수원에 25승17무23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 시즌 전북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 두 팀의 맞대결은 흥미를 끌기에 손색이 없다.

변화 기로 선 울산, 여유 없는 수원

울산에겐 중요한 승부다. 시즌 초반 쾌속질주하던 '윤정환표 철퇴축구'에 물음표가 서서히 붙고 있다. 꼴찌 대전을 상대로 고전 끝에 1대1로 비겼다. 우세한 전력과 흐름에도 좀처럼 빗장을 풀지 않다가 오히려 대전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승점 1을 얻는데 그쳤다. 시즌 무패(3승2무)가 계속되고 있으나 내용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가 묻어난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카운터로 공격을 얻는다는 '실리축구'가 과연 언제까지 통할 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윤 감독이 그간 걸어온 길을 지적한다. 윤 감독이 이끌었던 사간도스는 J리그 내에서 크게 두드러지는 전력이 아니었다. 점유율보다는 카운터를 앞세운 실리를 추구해왔고,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리그 최강의 전력을 갖춘 울산에서 소극적인 축구는 되려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울산이 낙승이 예상됐던 전남, 대전의 수비를 뚫지 못하며 무승부에 그치자 이런 지적이 더 힘을 얻고 있다. 5경기를 치르며 노출된 울산의 전력에 비춰보면 이런 흐름은 가속화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감독과 울산 입장에선 수원전에서 전술적 유연성을 증명해야 할 처지다.

수원도 느긋한 처지는 아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 중인 수원은 부산전(2대1 승)을 시작으로 브리즈번(호주)전(3대1 승), 전남전(1대1 무)을 이어왔다. 전남전을 마친 지 이틀 만에 다시 울산 원정을 치른다. 울산전이 끝나면 FC서울과의 '슈퍼매치', 우라와(일본)와의 ACL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자존심이 걸린 슈퍼매치와 16강 진출을 걸고 싸워야 할 일본 원정 모두 부담스러운 승부다. 울산전부터 우라와전까지 무엇 하나 승리를 포기하기 어렵다. 서 감독과 수원은 체력적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실리도 챙겨야 하는 이중고에 휩싸여 있다.

철퇴군단vs왼발 트리오, '한방'에 달렸다

울산의 공격진은 '닥공(닥치고 공격)' '절대1강'으로 불리는 전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트윈타워' 김신욱 양동현에 리그 최강의 허리로 불리는 하성민 마스다 구본상, 2선에는 지원-결정이 모두 가능한 제파로프 따르따가 버티고 있다. 골문은 K리그 최고 수문장인 김승규가 지키고 있다. 여기에 전남전서 퇴장 징계를 받았던 오른쪽 윙어 김태환까지 징계에서 복귀했다. 말 그대로 최강의 전력이다. 하지만 김태환의 가세로 윤 감독은 김신욱과 양동현 중 한 명을 원톱으로 낙점해야 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 시즌 초반 컨디션이 좋은 양동현이 선발로 나서고 김신욱이 히든카드로 나서는 그림을 그려 볼 만하다.


수원은 파죽지세의 염기훈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염기훈은 최근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2도움)로 최고조에 올라 있다. 프리킥 능력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 모두 물이 올라 있다. 고종수 코치와 매일 45분씩 킥 훈련을 거듭하며 슈팅 속도 뿐만 아니라 왼발 감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최근엔 염기훈을 비롯한 '왼발 트리오'의 활약이 눈부시다. 김은선과 함께 중원의 축 역할을 하고 있는 '수원의 미래' 권창훈과 '히든블루'로 거듭난 카이오가 팀의 상승세에 일조 중이다. 지난 전남전에서 로테이션 휴식을 부여 받았던 '대세' 정대세 역시 울산 골문을 정조준 중이다. 두 팀의 전력을 비교해보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빈틈을 누가 먼저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공산이 커 보인다.

'전통의 명가' 울산과 '축구수도' 수원의 맞대결은 매년 K리그 역사에 새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냈다. 66번째 맞대결에 나서는 이들이 2015년 첫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한국 축구의 눈이 집중되어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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