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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기 국체회장, 왜 입장 번복하면서까지 버틸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01-18 08:41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69·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최근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초 국회에서 현직 국회의원들의 체육 단체장 겸직 불가 및 사직권고 명단을 발표했을 때 신변을 정리한 후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그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국회의 겸직 불가 결정을 잠시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 이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상기 회장은 16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약속을 못 지키게 된 건 유감스럽다. 국회의 겸직 불가 결정은 소급법이다. 내가 현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생활체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좀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인들 사이에선 서상기 회장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그는 2013년 4월 유정복 현 인천시장(당시 국회의원)의 후임으로 생활체육회 수장에 올랐다. 서 회장이 취임한 후 국민생활체육회 예산은 매년 급증, 올해 예산은 1246억원이 됐다. 정부 포상을 신설했고, 생활체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스포츠버스 운영, 현장 체육지도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 등 새로운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체육 정책에도 앞장섰고, 정부와도 보조를 잘 맞췄다. 서 회장은 추진력이 강했다.

서상기 회장은 대구 북구을이 지역구인 3선 의원이다. 주업이 정치인이다. 국민생활체육회장 자리는 정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맡은 하나의 직책이다. 서 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그는 간담회에서 정면 돌파의 자세를 취했다. 국민생활체육회장으로서 특권을 누리는 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국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입장을 번복한 명분으로 생활체육진흥법 제정을 꼽았다.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이고 또 최적임자이기 때문에 이걸 마무리하고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고 주장했다.

생활체육진흥법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116명이 법안 발의했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서상기 회장은 오는 2월 임시국회 때 공청회 및 법안 소위 심사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활체육진흥법의 통과는 현재로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생활체육진흥법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한데 잘 어우러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스포츠의 통합은 이미 과거 정부 때부터 수 차례 논의와 시도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좋은 취지와 달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상기 회장은 지난해 11월 6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만나 2017년까지 두 단체의 통합에 합의했다. 체육계에선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합쳐지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서 회장은 이 생활체육진흥법 제정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자신이 최적임자이기 때문에 누구 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다. 생활체육에 있어 이 법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 2016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나도 여기서 오래 끌 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정한 겸직하고 있는 현직 위원들의 체육단체장 사임 권고 시한은 이번달 31일 오후 12시까지다.

서 회장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그동안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노렸던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권오준 포스코 회장, 전병관 체육학회장 등 예비 후보자들의 상황이 어정쩡해졌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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