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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7세 소년이 한국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 현은 "꿈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힘든 점도 있었지만 결승에 진출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이 모두 잊혀졌다"며 웃었다. 임용규와의 찰떡호흡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춰왔다"고 설명했다.
정 현은 테니스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 정석진씨는 삼일공고 감독이었고, 세 살 터울의 형 정 홍(21·건국대)도 일찍 테니스를 시작했다. 부모는 정 현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시력이 좋지 않았다. 7살 때 약시 판정을 받았다. 안경에 평면렌즈를 넣어야 해 스포츠고글도 착용하지 못했다. 그저 테니스를 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만 주길 바랐다. 그런데 움직이는 공에 반응하다 보니 오히려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시력)이 좋아졌다. 피는 남달랐다.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향상됐다. 수원 영화초 1학년 때 형을 따라 테니스 라켓을 잡은 정 현은 5학년 때 한 살 많은 형들을 제치고 부동의 국내 초등랭킹 1위를 달렸다. 6학년 때는 세계 주니어 테니스계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단식과 에디허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테니스계가 흥분했다. 이형택 이후 끊긴 한국 남자 테니스의 숨통을 틔어줄 '별'로 평가했다. 정 현은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11년 국내 선수 최초로 오렌지보울 16세부 우승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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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거침이 없었다. US오픈 2회전, 윔블던 8강 탈락 등 메이저대회에서 부진을 겪었지만, 2월 태국 퓨처스 2차 대회 복식에서 남지성(삼성증권)과 호흡을 맞춰 정상을 밟았다. 아시안게임 직전 모의고사도 잘 치러냈다. 지난달 31일 방콕오픈 챌린저 정상에 올랐다. '기록 브레이커'였다. 정 현은 국내 남자 선수로는 최연소로 챌린저급 단식을 제패했다. 이전까지는 2010년 부산 오픈 챌린저에서 우승한 임용규였다. 당시 임용규는 19세였다.
정 현은 2015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성인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다. 전문 투어 선수가 된다. 이미 챌린저급 선수로 완전히 성장한 정 현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