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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부른' 태권도 승부조작, 결국 사실로 드러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9-15 14:50


지난해 전국체전 태권도 대표 선발 과정에서 제기됐던 승부조작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5년 간 임원들이 수십억원대 협회 운영비를 횡령한 사실도 발각됐다.

경찰은 15일 승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서울시 태권도협회 전무 김모씨(45) 등 7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승부조작 의혹은 지난해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대표 선발전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4점 차로 앞서던 선수가 경고 8개를 잇달아 받으면서 '반칙패'를 당했고, 패배한 선수의 아버지 전모(47) 관장은 '편파판정 때문에 패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의 조사 결과 문제가 됐던 '편파판정'은 상대 선수 아버지의 청탁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승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 선수 아버지인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 최모씨(48)가 중·고교·대학 후배인 모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씨(45)에게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입상 실적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청탁은 다시 김모 전무로 이어졌고 김모 전무의 승부 조작 지시는 협회 기술심의회 의장 김모씨(62), 협회 심판위원장 남모씨(53), 협회 심판부위원장 차모씨(49)를 거쳐 문제의 심판인 또 다른 차모씨에게 건네졌다. 경기를 주관한 주심 차모씨(47)는 경고 8개를 남발하며 승부를 조작했다.

경찰은 학교로 밀접한 연이 형성돼 있는 태권도계의 특성상 학연 때문에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승부를 조작해 준 대가로 학부모 최씨와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심판위원장이 심판 배정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심판이 주된 수입원인 경우 부정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여건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당시 서울시태권도협회 진상조사위원회는 주심의 경기운영 미숙은 인정되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해 주심 최모씨만 서울시상임심판 자격에서 제명하고, 나머지 임원들은 보직 사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울시태권도협회의 비리도 대거 드러났다. 협회장 임모씨(61) 등은 2009년 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허위로 활동보고서를 작성해 40명에게 약 11억원을 부당 지급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입건됐다. 이 활동비는 비상근 임원들이 협회와 관련된 활동을 해야만 지급토록 규정돼있다. 협회 사무차장 진모씨(43)도 모 고교 태권도코치의 취업대가로 5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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