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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여성 첫3선'김나미 IBU부회장"한국 여성임이 자랑스럽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06 17:45



김나미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부회장(43·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3선에 성공했다.

5일 (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세인트볼프강 암 볼프강시에서 치러진 제11회 IBU 총회 선거에서 김 부회장은 5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3선 부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IBU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선거 결과와 함께 2018년까지 4년 임기를 이어갈 신임 임원진의 명단을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스페셜 프로젝트'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부회장은 알파인스키 국가대표(1986~1993년) 출신으로 중학교때 태극마크를 단 이후 전국대회 88차례 우승을 이끈 한국 여자 스키의 레전드다. 1971년 진부령 알프스스키장을 창설해 한국의 초창기 동계스포츠 문화를 선도했던 고 김성균씨가 김 부회장의 아버지, 미술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의 저자인 이정순씨가 어머니다. 김 부회장은 이화여대 체육학과 졸업 후 오스트리아국립스키학교로 유학해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노르딕스키와 사격을 함께하는 바이애슬론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임원, 장애인스키 지도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으로 활약하며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빛나는 여성 리더 및 행정가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으로 선임돼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를 키우고, 글로벌 여성 스포츠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국제부 이사로 활동하던 2006년 러시아 칸티만시스크 IBU 총회에서 최연소, 동양인 여성 최초의 부회장에 선출됐다. 2010년 2선에 이어, 올해 아시아 여성 첫 3선의 위업을 달성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오스트리아, 독일 유학을 통해 쌓은 외국어 능력과 엘리트 선수 출신의 경쟁력,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서 일하며 축적된 풍부한 경험, 네트워크, 글로벌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부회장은 "정말 기분이 좋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기뻐서 어젯밤 잠을 설쳤다"며 3선의 기쁨을 나타냈다. "국제연맹 3선은 결코 내가 혼자 잘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6년 처음으로 국제연맹 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주신 이봉우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전무님께 감사드린다. 총회 현장에서 함께 뛰어주신 연맹 이사님, 사무국장님께도 감사드린다. 3선은 자국 연맹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고개 숙였다. "스키 국가대표 출신인 내게 '스키'는 친정이고, '바이애슬론'은 시댁이었다. 시집왔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했다. 여성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상상도 못하던 때, 이 전무님께서 길을 열어주셨다. 동기부여를 해주신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선수'를 키워내는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마음으로 믿고 지지해주는 송강영 이사장과 임직원들에 대한 감사 또한 빼놓지 않았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에서 여성 엘리트선수들이 금메달을 50% 이상 따내면서도, 경력단절, 남녀차별 등의 이유로 체육단체 여성임원 비율은 10%대에 머무르는 국내 스포츠계에서 '여성 리더' 김 부회장의 국제연맹 3선은 대단히 의미있다. 김 부회장은 "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우리나라에 정말 훌륭한 여성 스포츠인재들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엘리트선수 출신 여자 후배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연맹이나 체육회 등 행정일에 나서길 바란다. 자국 연맹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이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선배 체육인, 행정가들의 따뜻한 시선과 키워주고 끌어주려는 노력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 부회장의 3선은 스포츠 외교, 국격 향상 차원에서도 큰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집행부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만장일치 3선 뒤에는 중국, 일본 등 이웃 아시아국가 및 아시아 연맹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가 있었다. "아시아에서 바이애슬론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경기를 유치할 수 있는, A라이선스 경기장은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이 유일하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 경기장을 레거시로 남겨,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바이애슬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최초의 여성, 최연소 당선에 이어 아시아 최초의 3선이 가능했던 이유를 물었다. "내가 한국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여성이었기 때문에,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소통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세계연맹은 '바이애슬론 불모지' 아시아의 대한민국에서 거침없이 도전하는 스키선수 출신 여성의 열정을 높이 샀다. "모든 이들이 핸디캡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조건들이 내게는 모두 '힘'이 됐다. 많은 여성 체육인들이 '핸디캡'을 떨쳐내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힘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오늘 이곳에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대한민국의 스포츠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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