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수와 빅토르 안, 29세, 동일인이다.
안현수는 침묵하고 있다. 소치에 도착할 당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공항을 떠났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다른 통로를 통해 경기장을 빠져나가거나 질문을 해도 말문을 열지 않는다. 그는 올림픽 후 모든 것을 털어놓을 예정이란다.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제패하며 대한민국에 금메달 3개를 선물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이었다. 당시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 사상 최초로 올림픽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으로 거침없는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도 불발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소속팀의 해체 등이 겹쳐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 서자 소치올림픽에서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주변의 비난을 각오하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화려한 올림픽 이력의 안현수는 소치에서도 화제의 인물이다. 2010년년 밴쿠버 2관왕인 캐나다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샤를 아믈랭은 안현수를 이번 대회 최고의 경쟁자로 꼽았다. "안현수는 좋은 라이벌이다. 지난해와 올해의 안현수는 매우 꺾기 어려운 선수다."
|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0m, 1500m, 종합에서 모두 우승, 3관왕에 오른 신다운(21·서울시청)은 "인사는 볼 때마다 한다.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고 빙질과 컨디션에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금메달 경쟁 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안현수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라이벌은 찰스 해믈링과 어, 어, 말 안해도 다들 알잖아요."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배우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은 신다운과는 또 거리가 있다. 성남시청이 부활했지만 해체될 때 안현수와 함께 아픔을 겪었다. 한국체대 1학년 때는 4학년이던 안현수와 한 방을 썼고, 팀이 해체된 뒤에는 소속팀 없이 함께 운동하기도 했다. 그의 롤모델이 안현수다. 하지만 그 또한 넘어야 한다. "현수 형이 잠시 귀국해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결승전을 함께 치르고 나면 경기 결과가 어찌 나오든 상관없이 뜨겁게 포옹 한 번 해요'라고 말했어요.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입니다."
남자 쇼트트랙은 10일(이하 한국시각) 1500m, 15일 1000m, 22일 500m와 5000m 계주를 치른다. 빅토르 안과 한국, 결전지인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는 적이다. 선의의 경쟁만 있을 뿐이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