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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소치동계올림픽 첫 메달은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나왔다.
짜릿한 점프와 아찔한 기술도 그랬지만, 이날 경기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올림픽에 임하는 각국 스노보더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쿨한 태도였다. '즐기는 올림픽'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점프에 실패하거나, 넘어지고나서도 인상을 쓰거나, 밋밋하게 내려오는 선수는 없었다. 마지막 점프대에선 저마다 '트위스트' '플립' 묘기를 선보이며 경쾌하게 내려왔다. 일종의 '팬서비스'였다. 이긴 선수도, 진 선수도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리고 엄지를 내밀며 즐거워 했다. 동료의 멋진 퍼포먼스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등 각국 응원단은 성적에 관계없이 국기를 흔들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향해 뜨겁게 환호했다.
특히 메달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 출발대에서 여유만만하게 뜨개질을 하는 핀란드의 코칭스태프는 압권이었다. 2013년 FIS 주관 세계선수권에서 1위를 했던 '핀란드 에이스' 톤테리의 코치는 출발 직전까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흰 털실로 무언가를 열심히 짜고 있었다.
같은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한국의 메달 기대주 이승훈이 12위에 그쳤다.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고개를 숙인 채 믹스트존을 떠났다고 한다. 메달을 놓친 선수가 그 누구보다 아쉽고 속상할 것이다. 뉴스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죄송할 것 없다' '정말 수고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런던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스포츠 팬들이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금메달에만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놓친 장미란의 '바벨키스', 6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철인' 이규혁의 가치를 인정한다. 단순한 성적보다 투혼과 최선을 다한 감동의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에 열광한다.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올림픽은 지구촌 스포츠 축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청춘들에게 '이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다. 세계 랭킹 1위 '암벽여제' 김자인은 매대회 바위산에 올라설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런 주문을 외웠다고 했다. "괜찮아, 나만 즐거우면 돼."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실력을 오롯이 보여준 비결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