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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게 전북전 결과는 안방 패배보다 뼈아프다.
황선홍 감독은 포항이 패스축구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마무리를 짓는 것은 결국 공격수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잘 터질 때는 패스만큼 위력적인 무기도 없지만, 결국 벽을 깨는 것은 공격수라고 강조해왔다. "상대에 따라 한방의 힘을 기대해야 한다." 전반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득점력이 저하되자 투톱, 제로톱을 차례로 실험하며 반전을 모색했다. 전반기 막판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듯 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득점력 저하 문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황 감독은 변화보다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변화를 주기가 힘든 여건이다. 구단에서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선수단 동결 입장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남에 정홍연을 내주고 신영준 김태호를 받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이마저도 백업 골키퍼 김다솔 황교충의 부상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변화다. 황 감독은 일찌감치 마음을 비운 상황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노력의 돌파구는 패스 스피드 강화다. A매치 휴식기 동안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부분이다. 전북전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패스를 앞세워 우세한 경기를 펼친 것은 이런 노력 덕분이다. 결과는 뼈아프지만, 내용 면에선 기대를 걸어 볼 만했다.
포항이 당장 선수단 개편이나 큰 폭의 전술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강팀과의 맞대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컨디션 관리에 힘을 쏟으면서 패스 플레이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포항은 성남과 FA컵(10일), 클래식(13일)에서 원정 2연전을 갖는다. 서울전에서 완패하기는 했으나, 성남의 공수 밸런스는 포항과 견줘 손색이 없다. 포항의 득점력 반전이 이뤄질 지 기대가 모아지는 승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