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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아나운서는 또 다시 손연재의 약진을 언급했다. 지난 예선전에서도 "한국에서 온 손연재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며 극찬을 했었다. 그들의 눈에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손연재의 발전은 놀라움이었다.
불꽃 튀는 동메달 전쟁이었다. 1-2위는 처음부터 최강 러시아의 몫이었다. 후프-볼 2종목 직후 손연재가 파이널리스트 10명 가운데 3위에 올랐다. 러시아 최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드미트리예바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곤봉까지 3종목을 마친 후 순위는 5위였다. 곤봉에서 수구를 놓치는 실수가 뼈아팠다. 26.750점을 받았다. 3위 리우부 차카시나(벨라루스)와 불과 0.5점차, 4위 알리야 가라예바(아제르바이젠)와 불과 0.2점차였다.
남은 종목은 리본 한 종목,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 5번 가운데 3차례 28점대를 기록했고, 타슈켄트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다.
'리본 전쟁'이 시작됐다. 리본에서 2번째로 출전한 가라예바가 28.250점을 받았다. 총점 111.575점을 기록했다. 4번째로 출전한 손연재는 침착하게 포디움에 들어섰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맞춰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아올랐다. 28.350점, 가라예바에게 0.1점 앞섰지만, 총점(111.475점)에서 0.1점 뒤졌다. 가라예바의 동메달이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5번째로 등장한 차카시나가 28.075점을 받아들며 운명이 또다시 바뀌었다. 111.700점으로 가라예바를 0.125점 앞서며 동메달을 확정 지었다.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손연재는 0.225점차로 동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유럽의 중심에서 유럽선수들 틈바구니 속에 동양에서 온 요정의 힘을 보여줬다. 팬들의 뜨거운 갈채 속에 세계 5위에 우뚝 섰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김지희 리듬체조대표팀 코치는 "연재가 가는 길이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라고 했었다. 또 한번의 역사를 썼다. 목표로 했던 결선 진출, 대한민국 리듬사상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