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둔 거포 윤경신 "런던서 유종의 미 거두고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1-02 20:11


◇'월드스타' 윤경신(38)은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윤경신이 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피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지난 20여년 간 한국 남자 핸드볼의 중심은 윤경신(38)이었다.

2m3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거리포는 상대팀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까지 넘볼 수 있었던 것은 윤경신이라는 거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윤경신이 세월의 흐름까지 비켜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타점 높은 중거리포는 발이 무뎌지면서 위력이 차츰 감소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앞두고 있던 최석재 남자 대표팀 감독은 윤경신에게 플레잉코치 자리를 제안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2시즌간 뛰며 7차례 득점왕을 차지해 '월드스타'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뛰어난 기량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해달라는 뜻이었다.

예선 내내 윤경신은 조력자이자 맏형 역할을 맡았다. 코트에 나서기보다 벤치에 앉아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새 남자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은 정의경(26) 이재우(32) 박중규(28·이상 두산) 정수영(26·웰컴코로사) 엄효원(25·인천도시개발공사) 등이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윤경신 타임'이 돌아왔다. 고비마다 중거리포로 상대 골망을 뒤흔들었고, 한국은 연승 행진 속에 결승까지 내달렸다.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윤경신 타임'은 계속됐다. 예선 개막전에서 한국에게 13골차 대패의 수모를 당했던 일본은 후반 중반까지 물고 늘어졌다. 윤경신은 고비 때마다 중거리포를 터뜨렸고, 일본은 결국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일본은 26대21, 5골차로 제압하고 우승해 런던올림픽 본선에 직행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4회 연속 본선행이다. 윤경신은 이날 5골을 터뜨려 정의경(6골)에 이은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기록했다.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 윤경신은 39세가 된다. 불혹을 눈앞에 둔 나이인 만큼, 본선에서 활약은 무리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경신은 "아직까지 코트에서 15~30분을 뛸 체력은 된다. 젊은 선수들의 6~70% 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면서 런던올림픽까지 활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후배들은 스피드와 슛이 장점이지만, 자신감이 더 필요하다. 좀 더 같이 땀을 흘리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해주고 싶다"고 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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