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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 간 한국 남자 핸드볼의 중심은 윤경신(38)이었다.
예선 내내 윤경신은 조력자이자 맏형 역할을 맡았다. 코트에 나서기보다 벤치에 앉아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새 남자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은 정의경(26) 이재우(32) 박중규(28·이상 두산) 정수영(26·웰컴코로사) 엄효원(25·인천도시개발공사) 등이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윤경신 타임'이 돌아왔다. 고비마다 중거리포로 상대 골망을 뒤흔들었고, 한국은 연승 행진 속에 결승까지 내달렸다.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윤경신 타임'은 계속됐다. 예선 개막전에서 한국에게 13골차 대패의 수모를 당했던 일본은 후반 중반까지 물고 늘어졌다. 윤경신은 고비 때마다 중거리포를 터뜨렸고, 일본은 결국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일본은 26대21, 5골차로 제압하고 우승해 런던올림픽 본선에 직행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4회 연속 본선행이다. 윤경신은 이날 5골을 터뜨려 정의경(6골)에 이은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기록했다.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 윤경신은 39세가 된다. 불혹을 눈앞에 둔 나이인 만큼, 본선에서 활약은 무리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경신은 "아직까지 코트에서 15~30분을 뛸 체력은 된다. 젊은 선수들의 6~70% 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면서 런던올림픽까지 활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후배들은 스피드와 슛이 장점이지만, 자신감이 더 필요하다. 좀 더 같이 땀을 흘리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해주고 싶다"고 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