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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를 실감한다."
한국 10종 경기의 대들보 김건우(31·문경시청)가 길거리에서 한 시간동안 발이 묶였다. 높아진 인기 때문이다. 1일 남자 창던지기 예선에 출전하는 정상진(27·용인시청)의 경기를 관전하러 가던 김건우를 팬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 것. 처음에는 4~5명만이 주변에 모여들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길거리 사인회가 됐다.
김건우는 28일 끝난 남자 10종 경기에서 한국신기록(7860점)을 세우며 30명 중 17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종목인 1500m에서 2위로 골인하며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김건우를 연호했고 이어 "대~한민국"을 크게 외쳤다. 당시의 감동은 외국인 관중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보다. 독일에서 왔다는 육상팬 세바스찬은 "1500m를 직접 관전했는데 그의 투지에 놀랐다. 한국에 와서 새로운 육상 스타를 알게 돼 기쁘다"며 김건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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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건우는 사인을 하는 동안 계속 주변을 살폈다. 멀찌감치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친구가 못내 신경쓰이는 듯 했다. 멀리뛰기 선수 출신으로 김건우와 대학동기이자 함께 운동을 했던 친구 박영호씨(31)였다. 박씨는 함께 경기를 관전하러 왔다가 발이 묶인 김건우를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는데 오랜 기다림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친구가 자랑스러운듯 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건우와 친구인걸 알고 사인을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친구가 인기가 있어 사인을 하는 거니깐 한시간 기다려도 괜찮다"며 끝까지 곁을 지켰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팬들에게 무한 사인 봉사를 한 김건우는 마지막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는 유유히 경기장 안으로 향했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