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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볼트의 반전 드라마, 우승만으론 부족

기사입력 2011-09-01 13:33 | 최종수정 2011-09-01 13:33

[대구육상포토] 다시 뛰는 볼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세계 최고의 스프린트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부정출발 실격의 악몽을 떨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8일 남자 100m결선에서 부정출발로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볼트의 컨디션은 예상 외로 너무 좋았다. 자메이카 대표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볼트는 내심 세계기록 경신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따라서 기록 욕심을 냈던 것이다. 그래서 스타팅 블록을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서둘러 박차고 나갔던 것이다.

볼트는 하루 만에 웃으면서 선수촌 연습장 트랙에 나타났다. 자메이카 대표팀 후배이자 100m 깜짝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와 농담을 주고 받았다. 실망이 컸지만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남은 200m와 400m계주 금메달은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200m 챔피언 타이틀 방어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2일 오전 벌어지는 200m 예선에선 2조 7번 레인에서 달리게 됐다. 같은 날 밤 준결선을 갖고, 결선은 3일 밤에 열린다.

볼트가 200m에서 우승해 상처난 명예를 되찾는 걸 의심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육상 영웅인 아토 볼든(은퇴) 미국 NBC스포츠 분석위원은 최근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볼트는 트랙에서 잘 달릴 준비를 마쳤다"면서 "200m는 볼트의 주종목이다. 볼트가 19초6대 또는 19초5대를 달릴 것 같다"고 말했다.

200m 예선 참가자 54명 중 개인 최고기록이 19초대에 들어와 있는 선수는 5명 뿐이다. 볼트가 2년전 베를린대회에서 세운 세계기록은 19초19. 이번 시즌 볼트의 최고 기록은 19초86. 볼트의 우승에 그마나 제동을 걸 수 있는 경쟁자로 니켈 애쉬메드(자메이카)가 꼽힌다. 애쉬메드는 올해 19초95를 찍었다. 미국의 월트 딕스도 19초69를 달렸던 적이 있지만 올해 최고 기록은 20초02로 부진했다. 이번 대회 출전자 중 안정적으로 19초대를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볼트다.

볼트가 세계기록을 갈아치울 경우 기막힌 반전 드라마가 완성된다. 100m의 악몽을 깨끗이 날려버릴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9초19의 기록을 넘어서기는 현재로는 어렵다고 본다. 볼트의 올해 최고 기록과 세계기록의 격차가 0.6초 이상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트는 3년전 베이징올림픽에서 19초30으로 마이클 존슨(미국)의 기록(19초32)를 넘었다. 또 마의 벽이라던 19초2 벽까지 무너트렸다. 존슨은 베를린대회 때 볼트가 19초19의 놀라운 기록을 세우자 "내 예상이 또 빗나갔다. 볼트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선수이다"고 말했다.

볼트는 분명히 다른 선수들과 차별되는 특별한 존재다. 몸상태가 2009년 만은 못하지만 구겨진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각오가 그를 자극하고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2006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을 상징하는 붉은 티를 입고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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