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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거절했다. 자신의 앞으로 향하는 마이크와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그저 '노(No)' 한 마디 뿐이었다. 전세계 주요 방송사와 신문들이 모두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그녀의 이름은 카스터 세메냐(20·남아공)였다.
세메냐는 1일 여자 800m 예선에 나섰다. 경기 후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없었다.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믹스트존 끄트머리에서 멈춰섰다. 한 마디 때문이었다. "두멜라. 오카에." 세메냐가 속한 세페디족이 쓰는 북소토어였다. "안녕하세요. 잘지내시나요?"라는 뜻이었다. 남아공 신문사 기자인 다니엘이 서있었다. 그녀는 다니엘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구에 선 세메냐는 2년전과 달라져있었다. 외모에서는 여성티가 확 났다. 가슴에는 굴곡이 져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랐다. 이제 꽃피기 시작한 20세 아가씨였다. 세메냐는 여유있는 경기 끝에 2분02초77을 기록했다. 조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세메냐는 다니엘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주위에 있던 전세계 기자들은 다니엘에게 향했다. 무슨말을 했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다니엘을 통해 세메냐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세메냐는 2년전 아픔 때문에 외신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큰 아픔이었다고 했다. 예선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메달을 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