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체육공단 정정택 이사장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체육 탈바꿈 계기될 것"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10 10:31


◇정정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지난달 6일 밤 아프리카 남아공 더반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손에 쥔 카드에 대한민국 온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평창의 '눈물겨운 세번째 도전'이 열매를 맺던 날. 누구보다 감격한 또 한 사람이 있었다. 8일 만난 정정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차 투표로 마감돼 평창의 승리가 확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눈으로 '평창'이라고 쓴 카드를 보기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체육기금을 만들고, 운용하고, 집행하는 곳이다. 엘리트 스포츠 체육부터 생활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 소외계층의 스포츠까지 전국민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지원한 체육기금만 5295억원, 올해는 6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공단 산하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기술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두뇌집단이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의 쾌거가 이곳에서 시작됐다. 박태환의 성장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이밖에 유망선수 개개인의 인체운동 효율을 과학적으로 분석, 지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공단의 지원하에 이뤄진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더욱 특별한 관계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89년 만들어졌다. 공단의 원래 이름은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한국 스포츠 발전을 도모하고자 이듬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만들어졌다. 흑자 올림픽의 남은 자금과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던 인력의 힘이 합쳐져 초창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규모는 크고 하는 일은 많지만 목소리는 거의 내지 않았던 공단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단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단계부터 힘을 보탰다.

정 이사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63억원을 지원했다. 일단 유치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는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기본 인프라 구축과 조직위원회 구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일부 인기종목을 제외하고는 국민들에게 소외받고 있는 동계스포츠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일본을 추월하는 계기

정 이사장은 일본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갑자기 올라갔다. 지난해 10월 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할 때 낙하산 논란이 일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변화와 혁신을 무리없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이사장은 "체육인이 아닌 내가 체육을 제일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 요즘 들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스포츠는 몸이 아닌 마음으로 움직인다. 사실 한국이 올림픽에서 일본보다 금메달을 더 많이 따지만 동계스포츠로 눈을 돌리면 일본은 상당한 강국이다. 한국은 피겨와 쇼트트랙, 그리고 밴쿠버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스펙트럼을 넓혔을 뿐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동계스포츠 강국이다. 일본에 지면 안될 일이다. 국민 감정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일본을 따라잡을 절호의 찬스다. 또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되는 축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도 했다.


이를 위한 준비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 최첨단, 친환경 시설을 확충해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본을 하지 않고서는 도약을 꿈꿀 수 없다. 둘째,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강화된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새로운 종목의 발굴을 위해 남은 7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단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가 가는 길에 힘을 보태겠다. 셋째, 평창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겠다."

평창동계올림픽, 그 이후도 고민한다

공단은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굵직한 정부 차원의 스포츠 행사에 엄청난 지원을 했다. 향후 7년간 평창에 수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이전 대규모 스포츠행사와는 약간 다르다. 정 이사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 테마는 한국의 발전상과 미래 가능성을 과시할 수 있는 친환경 개념의 완벽한 시설 확충이다. 또 동계스포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회 이후에도 올림픽 시설들을 상설 훈련장화 하면서 일반에도 개방하고, 내외국인 관광객들도 유치하고 선수들의 실력향상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새로운 꿈을 꾼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은 꼭 30년 만에 동계올림픽을 치르게 됐다. 30년은 일반적으로 한 세대를 의미한다. 또 아이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는 성숙의 세월이기도 하다. 서울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한 차원 높은 시도가 이뤄진다. 정 이사장은 "서울올림픽은 냉전 시대에 동서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세계인이 하나가 됐다. 또 대한민국은 이후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을 알리는 자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전 국제사회에 성숙과 건전한 성장을 인정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단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 정 이사장은 "변화라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더 큰 꿈을 꾸기 위해선 변해야 하고, 꿈이 있는 자는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 하게 마련이다. 공단의 변화는 한국 스포츠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