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인터뷰]'탁구얼짱' 서효원의 우여곡절 핑퐁분투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12:03


서효원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7.5

"어! 저렇게 예쁜 탁구선수가 있었어?" 코리아오픈이 한창이던 지난 1일, TV중계로 '탁구얼짱' 서효원(24·한국마사회)의 플레이를 본 시청자들의 첫 반응은 그랬다. 세계 8위 이시카와 가스미를 꺾으며 미모 못잖은 실력을 입증했다. 각 포털 검색어 1위를 휩쓸며 깜짝 스타덤에 올랐다. 앳된 동안이지만 뉴페이스는 아니다. 실업 6년차 스물넷의 '늦깎이 신인'이다. 고생 한번 안해봤을 것 같은 청초한 얼굴이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시작은 경주 안강제일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탁구할 사람?"이라는 선생님의 제안에 자석에 이끌린 듯 손을 번쩍 들었다. 탁구가 뭔지도 몰랐다. 그냥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시작된 서효원의 탁구인생은 늘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서효원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7.5
'공격하는 수비수'의 시작

서효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공격전형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4학년 때 이미 다 자라버린 '키 큰' 서효원에게 지도자들은 수비전형 전환을 권했다. 하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어김없이 공격본능이 되살아났다. '공격하는 수비수'의 시작이었다. 당시 이해룡 코치는 테이블 한쪽에 찌그러진 탁구공을 올려놓고 서브로 맞히는 연습을 혹독하게 시켰다. 공이 빗나가거나 파워가 약할 경우 대번 불호령이 떨어졌다. 수비수 서효원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워서브' 일본 톱랭커 이시카와도 받아내지 못했던 스피디한 강서브는 이미 이때 탄생했다. 근화여중고를 거치며 서브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혼자 서브연습을 하다 밤을 샌 적도 있어요. 새벽에 출근한 코치선생님이 깜짝 놀라셨죠." 탁구에 미쳐있었다. 반복적인 훈련 탓에 손목뼈가 나가 통깁스를 했을 정도다.


서효원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7.5
슬럼프, 허리디스크, 팀 해체 '우여곡절'

중학교 시절 서효원은 펄펄 날았다. 중3 때 코리아오픈 무대를 처음 밟는 행운도 누렸다. 당시 에이스 석은미(현 대한항공 코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유망주 추천전형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 같던 탁구인생은 고등학교 이후 의외의 내리막을 걸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러버를 바꾸면서 슬럼프가 시작됐다. 새 러버 적응을 위해 미련하게 훈련을 계속했다. 허리가 아팠지만 근육통이려니 하고 꾹 참았다. 졸업 후 신생팀 현대시멘트에 입단했다. 창단멤버는 조하라(현 삼성생명) 남소미(현 대우증권) 심아름(현 안산시청) 서효원 달랑 4명이었다. 당시 조하라 남소미가 팀에이스, 서효원은 후보선수였다. 감독이 운전하는 비좁은 밴을 타고 , 오픈대회 출전은 꿈도 꿀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오로지 연습에만 매달렸다. 스무살 무렵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와서야 비로소 병원을 찾았다. 디스크였다. "디스크가 뼛속을 파고들었다면서 운동을 그만둬야 된다고…." 서효원은 펑펑 울었다. 죽어도 탁구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허리수술 후 독한 각오로 출전한 2008년 아시안컵에서 '아이짱' 후쿠하라 아이 등 강호들을 잇달아 꺾으며 4강에 올랐다. 그리고 곧이어 소속팀 현대시멘트가 해체됐다.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서 탁구얼짱으로 스타덤에 오른 서효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탁구얼짱'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다

팀 해체 소식에 막막했던 2008년 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넌 잘할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마사회 입단 후 세계 100위권 후보선수 서효원은 꿈을 되찾았다. 공격형 수비수의 가능성을 알아본 스승들은 헌신적이었다. 강희찬 현 대표팀 감독이 러버 적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서효원의 연습파트너를 자청했다. 주말에도 묵묵히 공을 받아주었다. 제자 서효원을 '공주'라고 불러준 박상준 한국마사회 코치는 "수비형은 대기만성형이 많다. 김경아, 박미영도 26~27세에 국가대표가 됐다. 이제 때가 왔다. 벼가 익어가고 있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웠다. 목말랐던 관심 속에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프로투어 대회에 잇달아 출전하며 랭킹도 급상승했다. 2011년 7월 국가대표 상비군 서효원의 세계랭킹은 38위다. 이시카와를 꺾었으니 8월 랭킹은 더 높아질 것이다. "큰 선수가 될 거란 생각 잊고 지냈는데 점점 목표가 커진다. 주위에서 자꾸 내게 꿈을 말한다"고 했다.

코리아오픈에서 복식 4강, 단식 8강에 오른 딸 서효원이 '얼짱스타'로 떠오른 날, 아버지 서영석씨(53)는 딸 몰래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동생에게 듣고 갑상선암 초기인 걸 알았다"고 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수술 직후라 말도 잘 못하시던 아버지는 뛸듯이 기뻐하셨다. 최고의 치료제였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지하철 타고 병원 가는데 사람들이 절 쳐다보며 수근수근하는 거예요." 소녀처럼 조잘대는 모습이 유쾌하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힘들었던 스무살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든것이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잘할 일만 남았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예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