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이성진 '생명체가 자라는 가상공간'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4시 43분
인터넷은 디지털 사회다.
이곳에서는 실세계와 달리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다. 살냄새와 촉각을 통한 것이 아닌, 모니터를 통한 디지털 신호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래서인가? 월페이퍼(바탕화면) 서비스와 스크린세이버 서비스 사이트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종류가 사람(모델)과 자연, 그리고 이 둘을 합친 영화포스터다.
사람들이 자신의 컴퓨터 환경을 보다 더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분위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아마도 차가운 디지털적인 냄새를 완화시켜 보려는 노력일 것이다.
최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같은 디지털 사회에 생명을 불어넣는 아이템을 선보이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몇년전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를 연상시키는 강아지나 물고기, 식물을 키우는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강아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펫게임(www.ourtown.co.kr/petgames)은 인터넷 상에서 직접 강아지를 키우는 곳이다.
자신이 기를 강아지의 품종을 선택할 수 있고 성별과 털색깔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이곳에서 기르는 강아지라고 해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면 큰일난다. 일정기간 이상을 방치하면 죽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pet keeper나 애완견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도 사용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물고기를 기르는 아쿠아스페이스(www.aquaspace.co.kr)라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쉬리 등의 어족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어항을 선택하고 장식품을 골라 자신의 마음에 맞는 수족관을 만들어 키울 수 있는 묘미가 있다.
꽃을 좋아하는 네티즌이라면 드림시드(www.dreamseed.co.kr/10000_main.asp)를 방문하는 게 좋을 듯. 이곳에서는 자신만의 정원을 꾸밀 수 있다. 다양한 꽃들이 펼쳐진 정원을 사이버 상에서 소유한다는 것은 정말 근사한 일이다.
이밖에도 아예 동물들을 모아서 키울 수 있도록 농장을 만든 곳도 있다. 다양한 동물들을 키워 장에다 내다파는 일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각종 생명체들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의 냄새를 빼고 보다 아날로그적인 친숙함을 증가시키는 것이 인터넷 사회에 필요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사이트에 가보면 단지 생명체를 키우는 데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풍족해진 감성을 통해 사이트에 방문하는 회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찌든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산이나 바다로 나가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의 봇물이 터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인터넷 생활에 지친 네티즌이 편히 쉴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보다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데일리클릭 보도국장 master＠dailycli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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