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말바꾸는 중국협회 끌려가는 한국연맹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4시 25분
여자프로농구 중국 용병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날인 16일 밤.
호북성 효감체육관에서 갑급리그 A조 경기를 보고 숙소로 향하던 여자농구 관계자들의 얼굴은 돌덩이 같았다.
중국농구협회가 별안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측에 대표팀 보호선수 6명의 리스트를 전했기 때문. 대표팀 16명에서 6명을 뺀 10명에서 3명을 뽑아가라는 것이었다. 7월 미국 전지훈련 때 1진급 선수 6명이 없으면 훈련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3월 `대표선수는 대상에 관계없이 3명을 지명할 수 있다'고 약속한 양국 협의서와는 다른 내용이다.
이 리스트엔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왕 링(1m90．랴오닝) 천샤오리(1m90．랴오닝) 예리(1m90．상하이) 등이 포함돼 더욱 감독들을 당황케 했다.
또 중국협 류펑옌 부회장(49)은 "정하이샤(2m4．빠이)는 본인이 한국행을 고사하고 전 국가대표 쑨융첸(1m90．썬부)도 도저히 시합을 뛸 수 없어 드래프트 명단에서 뺐다"고 말했다.
그러나 쑨융첸은 이날 셔우깡전서 빼어난 골밑플레이로 26분을 뛰며 10득점을 기록, 도저히 아픈 선수 같지 않았다.
류 부회장의 말바꾸기는 계속 됐다. 15일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서 "국가대표 마청칭(1m94．공쥔)은 지난 12월 무릎수술을 받아 못 뛴다"고 못박았으나 하루만에 "마청칭의 부상이 가벼워 드래프트에 포함시켰다"고 번복했다.
중국측이 드래프트 하루전에야 일방통행식 결정을 내린 데는 지난해 5월 ABC대회에서 4위에 그쳐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한국에 빼앗긴 데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용병 드래프트여서 시행착오를 겪는다지만 중국의 요구에 무조건 끌려가는 연맹의 모습이 안타깝다.
[우한(중국)＝김미연 특파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