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146km 총알 재무장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2시 29분
보스턴 마이너리그 트리플A 포터킷 레드삭스의 이상훈(29)이 총알같은 스피드를 되살리며 메이저리그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 뜻하지 않은 마이너행으로 겪은 아픔은 여전하지만 `풍운아'답게 툭 털고 일어섰다.
이상훈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시라큐스와의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서 구원승을 따내며 최고시속 91마일(약 146㎞)을 스피드건에 찍었다. 당시 심판들이 방한용 점퍼를 입고 나올 정도로 쌀쌀했던 날씨를 감안하면 이상훈의 베스트 스피드. 지난해 주니치 시절 최고의 릴리프로 활약할 때와 같은 수준의 속도다. 직구 평균 속도는 89∼90마일(143∼145㎞)에 고정, 꾸준함까지 보탰다.
빨라진 직구는 강력한 경쟁력이 갖춰졌음을 의미한다. 변화구가 제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빠른 직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훈은 지난 스프링캠프를 통해 일본무대에서 익힌 포크볼과 커브가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느린 스피드로 위압적인 이미지를 심는데는 실패했다.
아직 낯선 것도 많다. 여전한 금빛 갈기머리에다 까칠까칠한 수염을 덥수룩히 기른 이상훈은 16일 로체스터 레드윙스(볼티모어 산하)전이 열린 포터킷 맥코이구장에서 "한국, 일본과 다른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트리플A에서 새로 받은 배번은 45번. 이상훈은 "부르기 쉬워 골랐다"던 메이저리그의 등번호 40번을 다시 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포터킷(미국)＝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