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타선 침묵 너무 아쉬워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1시 58분
아쉬운 일전이었다. 올시즌 3번째로 선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27．LA 다저스)는 충분히 승리투수가 될 만큼 역투했으나 타선의 침묵에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노장 포수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춘 박찬호는 초반부터 커브볼이 눈에 띄게 좋아 1회에만 커브로 삼진 3개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날 커브가 유난히 좋자 박찬호는 초반에는 직구 위주로 대결하다가 승부구로 커브를 던지고, 이닝을 지날수록 초구에 커브볼을 던지기도 하는 등 볼배합이 뛰어났다. 직구 스피드는 최고가 151㎞로 평소보다 떨어졌지만 스피드의 변화가 심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았는데 효과적이었다.
켄 그리피 주니어와의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1회 2사후 정면 대결에서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이후 3번 더 대결해 계속 정면 승부를 펼치며 모두 플라이볼로 잡아냈다.
7이닝 2자책점으로 역투한 만큼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0@1로 뒤진 3회말 만루에서 셰필드가 친 공은 좌측 폴대를 스치며 파울 홈런이 돼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됐다.
박찬호 본인에게도 공격에 기여할 기회는 왔었다. 투수의 임무는 물론 상태 타자들을 제압하는 것이지만 투수도 타석에 나서야하는 내셔널리그에서는 희생번트가 아주 중요하다. 박찬호는 3회말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했으나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혀 주자를 2,3루로 보내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다음 타자 홀란스워드의 중견수 플라이와 상대 투수 패리스의 폭투가 계속 나왔으므로 2,3루에만 보내놨으면 쉽게 2점을 뽑을 수 있었다.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아쉬운 번트 실패였다. 올시즌 9타수 무안타인 박찬호는 두번의 희생번트를 모두 실패해 타석에서도 집중력이 요구된다.
올시즌 가장 잘 던지고도 첫 패전을 당했지만 내용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이날처럼만 던진다면 10번중 9번은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내용도 게임을 치를수록 좋아지고 있으니 역시 희망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팀 레즈를 상대로 7이닝 동안 2자책점만 내주며 공격적인 투구를 보여 지난시즌 한동안 잃었던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점이다.
[LA＝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