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시청률 연동제 '잿밥'에 주의
기사입력 2000년 04월 16일 15시 14분
인기 연예인의 방송출연 전성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17일부터 방송프로에 일제히 `시청률연동제'가 적용되기 때문.
`시청률연동제'는 다른 요소들도 고려하지만 한마디로 인기있는 프로와 그렇지 못한 프로에 차별을 두겠다는 `광고탄력제'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고-최저프로의 경우 차등 폭이 종전보다 3~4배 높아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따라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것은 출연자들의 변화다.
IMF를 맞으면서 방송사들은 출연료가 적게 드는 내부 아나운서를 MC로 기용하고, 일반인들을 대거 출연시켜왔다.
하지만 이번 봄개편부터는 인기스타들의 출연비중이 대폭 높아질 전망.
한때 아나운서의 MC비율이 전체프로의 50%까지 육박했던 KBS의 몇몇 제작진들도 MC를 아나운서에서 외부 유명인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시청률 높이는 약발로는 `연예인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나운서 한명이 3~4개 프로의 진행을 맡아 식상했던 것을 감안하면 잘 된 감이 있다. 인기프로와 그렇지 못한 프로의 광고 차등을 두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눈길을 끌기위해 자극적인 제작경향을 띨 게 뻔하다. 인기만 있지 전문진행교육을 받지 않은 MC들의 부정확한 발음과 태도는 방송의 질을 저하시키게 된다. 특히 KBS의 경우 시청자와의 약속중 하나로 `바른말 고운말'을 쓰겠다는 공언을 수없이 해왔다.
전체 제작비는 높이지 않고 비싼 MC를 기용할 때 프로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허술해 지는 것도 불을 보듯 훤하다.
시청률은 시청자의 관심도를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한때 일부 방송사는 그 폐단이 많다며 시청률표를 없애는 `코미디같은 방침'을 펴기도 했다.
`시청률 연동제'로 PD들이 가장 중요한 공익성은 제쳐두고 광고수주라는 `잿밥'에만 눈에 어두워지지 않길 바란다.
[이유현 기자 you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