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10)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5시 27분
임진각이 가까워지자 윤명훈은 홍나미에게 물었다.
"혹시 장어구이 좋아하십니까?"
"네."
"이 부근엔 장어구이 전문집이 많아요."
윤명훈은 자유로에서 벗어나 임진강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장어구이집들이 띄엄띄엄 나타났다. 윤명훈은 임진강에서 가장 가까운 집으로 들어갔다. 뒤뜰 툇마루에 자리를 잡았다. 여름밤의 강바람이 시원했다.
장어구이 2인분을 주문하자 여자 종업원이 툇마루 옆에서 장어를 굽기 시작했다. 조금후 종업원이 한상 차려내왔다. 상에는 야채와 장어갈비, 양념 등이 가득 올라 있었고 주문하지도 않은 소주도 한병 있었다. 여자 종업원이 그동안 구워진 장어를 접시에 담아 상에 올려줬다.
한점을 집어 상추에 싸서 입에 넣은 홍나미는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둘은 장어구이맛에 소주잔을 비웠다. 홍나미도 동료들과 소주를 마셔본 경험이 많아 잔을 곧잘 비웠다. 금세 술병이 비워지자 한병을 추가했다.
식사를 마친 둘은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술 드시고 운전할 수 있겠어요?"
"글쎄, 그게 문제입니다. 큰 길에는 음주단속이 있을지 모르니 지방도로로 가는게 좋을 것 같군요."
윤명훈은 차를 지방도로로 몰았다. 도로변은 온통 논과 밭이었다. 군데군데 러브호텔이 등장했다. 도로는 한산했다. 어쩌다 차가 한대씩 지나갈 정도였다. 윤명훈은 일부러 차를 비틀거리며 몰았다. 커브길이 많아 홍나미로서는 여간 불안한게 아니었다.
"어머, 위험해요. 이러다 사고나겠어요."
"조심운전을 한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어떻게 해요? 어디가서 쉬면서 술 좀 깨고 가는게 낫겠어요."
"그럴까요?"
윤명훈은 핸들을 틀어 도로변 러브호텔로 들어섰다. 홍나미가 "어머, 여기는…"하면서 놀라는 시늉을 했지만 이미 종업원이 나와 잽싸게 차량 번호판을 커버로 덮어버린 뒤였다. 그리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어서 오십시요"하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윤명훈은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내리세요"했다. 홍나미는 무슨 자석에 이끌리듯 따라 내렸다. 하지만 돌아설 수도 없었다. 바깥 도로를 쳐다 봤지만 차량이라고는 가끔 한대씩 지나가는 정도이고 택시나 버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없이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룸에 들어서자 윤명훈은 홍나미를 끌어안았다. 홍나미는 처음엔 반항했지만 이내 몸을 맡겼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인데 반항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샤워부터 하세요."
홍나미는 윤명훈을 가볍게 떼어내며 말했다.
윤명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홍나미가 욕실로 들어갔다. 윤면훈은 팬티만 걸친채 TV를 보며 기다렸다. 얼마동안 물 끼얹는 소리가 들리더니 홍나미가 타월로 몸을 감싸고 나왔다.
윤명훈은 침대에서 일어나 홍나미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타월을 걷어내고 침대에 눕혔다. 둘은 알몸이 된채 서로를 더듬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몸이 달아오르자 둘은 하나로 포개졌다. 서로 몸을 비비고 비틀며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한판승부를 벌인 것이다. 윤명훈은 장미숙에게서 배운 테크닉을 모두 동원했고 홍나미는 하루 7∼8㎞씩 걸으며 다져진 하체의 파워로 조르기 기술을 십분 발휘했다.
둘의 승부는 길고도 격렬했다. 전신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비명을 지르거나 흥얼거리는 등 입에선 묘한 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둘의 승부는 1라운드로 결판나지 않았다.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다. 카사노바는 외박하는게 당연했고 독신녀가 집에 안 들어간들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부담없는 외박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