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1승마다 100만원씩 값진 선행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44분
두산의 `돌아온 싸움닭' 조계현(37)이 선행에 앞장선다.
눈물겨운 재기 과정을 거쳐 두산의 제1선발로 거듭난 조계현은 올시즌부터 1승을 거둘 때마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으로 100만원을 쾌척하기로 했다.
승리투수가 될 때마다 조계현이 내는 100만원은 우선 그의 후원회에서 대납하며 시즌이 끝난 뒤 사인회나 각종 이벤트의 출연료로 이를 충당할 참이다.
그동안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좋은 일을 해왔지만 이번 조계현의 선행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89년 해태에 입단해 9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던 조계현은 2년전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쇠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엔 12경기에 나서 3패만을 기록했고 11.51의 부끄러운 방어율을 남겼다.
결국 지난시즌 종료와 함께 삼성에서 퇴출됐고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 어렵사리 두산에 새 둥지를 튼 조계현의 지난 겨울은 말그대로 절치부심(切齒腐心). 그리고 새천년 첫봄엔 권토중래(捲土重來)란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했다. 5일 해태와의 개막전과 11일 LG전서 선발로 나서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것.
두경기서 아쉽게 승리를 놓친 조계현은 "나의 재기 과정과 수술을 받은 어린이의 투병 과정이 비슷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계현은 또 "오랜전부터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고심해왔다"며 "많은 승수를 쌓아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해태의 새내기 `안방마님' 김상훈(23)도 도루저지 1개마다 광주시 방범대원들에게 10만원씩의 후생복지비를 내기로 했다.
[류성옥 기자 watchdog＠]